2018~2019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최강을 증명했다. 5000m 계주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는 한국 선수단. 연합뉴스
새로운 황제의 탄생, 성공적인 세대교체, 악재 속 금빛 행진.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끝난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른 임효준(23·고양시청)과 2관왕 황대헌(20·한국체대)의 '쌍끌이'에 힘입어 전 종목 석권의 기쁨을 만끽했다. 월드컵 시리즈 5·6차 대회에서 개인 종목 금메달 8개를 싹쓸이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다시 한 번 '최강'을 증명한 셈이다.
'최강'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중심에는 이번 대회 개인 종합 우승에 빛나는 임효준이 있다. 임효준은 남자 1000m와 1500m, 3000m 슈퍼 파이널까지 개인 종목 3개를 휩쓸며 총점 102점으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에 힘을 보태 4관왕 자리에 올랐다. 임효준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종합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 선수로는 2017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서이라(27·화성시청) 이후 2년 만이다.
대회 3관왕으로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임효준. ISU 제공
'차세대 황제'로 불리기에 손색없을 만큼 빛나는 질주였다. 자신의 주 종목인 남자 1500m 우승으로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은 임효준은 1000m와 3000m 슈퍼 파이널에서 연달아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 3관왕으로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때 어깨 부상을 당해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해 거둔 성과다. 100%라고 볼 수 없는 몸 상태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임효준의 저력이 놀라운 이유다. 수술까지 미루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임효준은 생애 첫 '월드 챔피언' 타이틀과 함께 다음 시즌 국가대표 자격까지 확보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대표팀 선발 규정에 따라 2019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순위 3위 이내 상위 1명이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되기 때문이다.
임효준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도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임효준과 함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짊어질 '대들보'로 손꼽히는 황대헌이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더해 총점 55점으로 개인 종합 2위에 올랐다. 5000m 계주 금메달로 2관왕도 겸한 황대헌은 상대적으로 약점 종목이었던 500m에서 이 종목 '최강'으로 불리는 우다징(25·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 더 큰 기쁨을 맛봤다. 3000m 슈퍼 파이널 결승에서 몸싸움 끝에 실격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황대헌 본인은 "그 실격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발전을 다짐했다. 이들과 함께 출전한 이준서(19·한국체대)는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개인 종합 7위에 올랐다.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 연합뉴스 제공 후배 입장에서 올림픽을 경험했던 임효준과 황대헌은 이제는 선배 입장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이끌어 가는 위치로 올라섰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해 세대교체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빛나는 성적은 세대교체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출국 직전 대표팀 김건우(21)와 김예진(20·이상 한국체대)이 충북 진천선수촌 출입 규정을 어겨 퇴촌 처분을 받아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는 것도 하나의 소득이다.
한편 조재범 사건과 김예진 퇴촌 영향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에 나섰던 여자 대표팀은 최민정(21·성남시청)이 1000m 은메달과 1500m 금메달, 3000m 슈퍼파이널 은메달로 개인 종합 2위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최민정은 3000m 계주 금메달로 대회 2관왕에 올랐으며, 함께 출전한 김지유(20·콜핑)는 총점 29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