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손님을 받지만, 사연은 소개되지 않는다. 유해진의 따뜻한 배려가 '스페인하숙'을 가득 채운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tvN '스페인하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나영석 PD·장은정 PD·김대주 작가가 참석했다.
'스페인하숙'은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소중한 추억과 선물이 될 하루를 선물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맛깔난 한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삼시세끼' 시리즈에서 '차줌마'와 '참바다'로 찰떡 궁합을 자랑해온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이 다시 만났다. 여기에 모델 배정남이 합류하며 색다른 아재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나영석 PD는 "원래는 '삼시세끼'를 하려고 차승원 유해진과 얘기하던 중 '삼시세끼'는 언제나 할 수 있으니 특별한 걸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시세끼'를 외국에서 해볼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얘기가 커져서 스페인에 가서 손님들에게 잠자리와 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비화를 전했다.
'윤식당2'를 개업했던 가라치코에 이어 이번에도 스페인의 비야프랑크 델 비에르소라는 작은 마을이다. 나영석 PD는 "스페인 관광청과 조금의 관계도 없다. 다만 스페인에 가려고 했다기보다는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있어서 가게 됐다. 걸으면 800km 가까운 거리인데 그 길 안에 한식집이나 한국인을 위한 숙박업소가 없으니 우리가 가서 선물 같은 하루를 선물해주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스페인을 가게 됐다. 당분간은 안 가겠다"고 말했다. 일반인 손님들의 사연이 소개되냐는 질문에는 "차승원이 요리를 했기 때문에 유해진이 손님을 받았다. 그런데 손님들에게 '왜 왔냐' '무슨 고민이 있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여기 오는 분들은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어서 왔을 텐데 우리가 그런 걸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드리고 다시 걸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일이다'고 했다. 제작진도 깨닫는 바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일반인의 사연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밥 맛있었다' '잘 쉬었다' 이런 말만 나온다"고 답했다.
운영 방식은 주변의 다른 민박과 똑같다. 나영석 PD는 "원래 운영하던 알베르게다. 그래서 외국인 손님도 있었다. 원래 하던 방식과 똑같이 했다. 원래 하루 숙박비가 5유로였기 때문에 저희도 똑같이 5유로로 책정해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그 돈을 냈다. 식사비가 별도로 있었는데 그것도 주변과 동일하게 맞췄다. 더 비싸거나 싸거나 하지 않고 평균 가격대를 유지했다. 그게 알베르게를 빌리는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새 멤버 배정남에 대해 "배정남은 본능에 충실한 친구"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나영석 PD는 "자기 걸 더 챙긴다. 가끔 손님이 5명이 올 것 같다며 10인분을 해놔도 손님이 많이 오는 날이 있다. 그러다 보면 손님들에게 밥을 주고 나면 남은 걸 먹었다. 가끔 밥이 다 나가고 라면만 먹을 때도 있는데 보통 예능에서는 '그래도 뿌듯했다', '손님들에게 주니까 배가 안 고프다'고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다음부턴 자기 거를 악착같이 먼저 빼놓더라. 명확하고 자기 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가 피곤하면 일을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능에 충실한 그런 부분이 미워 보이지 않았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승원 유해진도 그런 점을 귀여워했다"고 덧붙였다. 김대주 작가는 '스페인 하숙'에 대해 "음식 중에 제일 무서운 게 아는 맛"이라고 말하며 "'스페인 하숙'은 아는 맛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차승원과 유해진이 일을 나눠서 하고 서로 존경하고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그 관계를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 다른 환경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제작진과 출연자의 욕망이었다. 그래서 외국까지 가서 하숙이라는 틀을 빌렸다. 익숙한 케미, 익숙한 즐거움이 나올 테지만 그 안에서 산티아고를 걷는 분들과의 관계와 이야기에서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