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승리에 이은 13일 정준영까지 하루 걸러 활동 중단 소식이 들려 오고 있다. 연예계 대표 마당발로 통했던 두 사람이기에 이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떠난 자리엔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승리와 정준영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수사를 이어간다. 승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정준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배우 박한별 남편이자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도 같은 날 출석한다.
경찰은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내사를 벌여왔다.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 접대를 위해 강남 한 클럽에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정준영 등이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사실도 들통났다. 2015~2016년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여러 카톡방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공유했다. 이같은 내용들은 정준영이 2016년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를 통해 복원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원본 자료 등 증거물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인들 '모르쇠' 상황이 확대되자, 두 사람의 지인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밀땅포차'를 함께 운영하는 등 핵심 절친으로 알려진 FT아일랜드 최종훈은 승리 사건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경찰조사로 성접대 등 의혹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졌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최종훈이 승리 사건에 이어 정준영과의 카톡방 멤버로 새롭게 지목되면서 출연하는 IHQ 새 예능프로그램 '나 좀 쉬자'는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올해 군 입대 전 FT아일랜드 국내 공연을 하기로도 의기투합했으나, 사건 여파로 확정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정준영과의 친분 관계가 알려진 인물들은 선긋기에 나섰다. 씨엔블루 이종현 측은 "정준영과 오래전 연락을 하고 지낸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고, 소녀시대 유리 친오빠로 알려진 권씨는 "(동생)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있었다. 스스로 더 돌아보겠다"면서 "난 '밀땅포차' 개업 당시 멤버로 일 관련 카톡에 포함되어 있던 부분이지 성접대나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예능에 출연해 정준영의 '황금폰'을 소개했던 지코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올해 1인 회사 설립하고 프로듀서, 작곡가, 가수 다방면 활동 도모했던 그는 이번 논란에 언급되며 기세가 주춤해졌다. "방송에서 말한 일화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 해당 휴대전화기를 통해 제가 본 건 지인들의 연락처 목록이 전부였고, (정준영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지도 오래된 상황이다. 섣부른 추측은 삼가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정준영과의 친분 그 자체만으로도 여론이 좋지 않은 분위기다. 지코에 작업을 의뢰한 몇 회사들도 이번 사건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승리와 정준영의 카톡방 인맥이 '데스노트'가 된 셈이다.
소속사들 '난감' 가요기획사 빅3도 소문에 엮이며 난감해졌다. 승리는 "국민역적으로 몰린 상황에서 빅뱅과 YG엔터테인먼트의 명예를 지키고자 은퇴한다"고 SNS에 적었다. 승리는 자발적으로 떠났지만 논란 속의 YG엔터테인먼트는 3월 중·하순 컴백을 예고했던 블랙핑크의 프로모션 자료를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한류그룹인 빅뱅 멤버인 승리를 얼굴로 내세워 했던 사업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JYP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악성루머로 곤욕을 치렀다. "아티스트에 대한 악성 루머의 생산과 유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등을 근거로 한 즉시적인 고소 및 고발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법적 고소 방침을 밝혔다.
올 1월 정준영을 새롭게 영입한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는 마이너스 계약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소속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더 이상 정준영과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9년 1월 자사 레이블 레이블엠과 계약한 정준영과 2019년 3월 13일부로 계약 해지를 합의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계약 이후 음반 하나 내지 못하고 사실상 연예계 퇴출이다. 정준영은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범행에 해당하는 저의 비윤리적이고 위법한 행위들을 평생 반성하겠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데뷔와 컴백 등 가요계 일반적인 행사들은 승리와 정준영의 이슈에 가려졌다. 가요관계자들은 "3월~4월 대형가수들의 컴백 이슈도 많은데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생겨서 정신이 없다. 신인가수들의 데뷔 프로모션 플랜을 짰다가 다시 날짜를 재조정중에 있다. 공교롭게 이번주에 겹친 쇼케이스나 간담회 일정은 전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들인 비용대비 효용이 제로"라고 입을 모았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