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준영 사태'를 막아라.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정준영 때문에 방송가는 비상이다.
수사가 시작되며 추가로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차태현·김준호의 내기 골프 정황까지 포착되며 KBS 2TV '1박 2일'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특히 '1박 2일'은 정준영이 2016년 9월 유사한 논란을 일으켰을 때 적극적으로 방송 복귀를 추진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KBS는 3년 전 판단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출연진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출연진을 미리 검증해 사회적 물의 혹은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예능 PD들은 대부분 "전과가 없는 한 사전에 필터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A 예능 CP는 "캐스팅할 때 만나보고 어떤 사람인지 정성 평가를 하는 게 전부다. 만일 뒷조사를 하거나 카카오톡 대화방을 뒤져본다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B 예능 PD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개개인의 성품까지 방송 콘텐트의 범위에 들어오면서 예전보다는 더 출연자의 도덕성을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사생활이 문란하지만 재밌는 사람이니까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등 제작하는 사람들도 도덕적인 감수성이 둔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자성했다. 다만 제도적 개선에 대해서는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출연자의 기준을 명문화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위험한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정준영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데 힘을 싣는 PD들도 있었다. C 예능 PD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빨리 복귀시킨 게 지금 독이 되어 돌아온 것 아니겠냐.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을 방송의 필요에 의해 기회를 준 게 지금 더 큰 눈덩이가 돼 돌아온 것이다. 과거를 조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논란이 있었던 연예인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하는 룰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D 예능 PD는 더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검증보다 더 중요한 건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성숙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에서도 연예인의 삶이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로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 예능 PD는 출연진의 탈선 행위로 인한 책임을 오롯이 방송사가 지게 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CJ에서는 방송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지만 사실상 '조심하자'는 경고 메시지에 불과하다.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엔 계약서가 덜 구체적이다. 지금처럼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 신뢰에 기댈 게 아니라 사무적으로 접근하고 실효성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방송사가 덤터기쓰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