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봄 배구는 짧지만 강렬했다. 패기에 경험을 더한 시즌이다. 강팀 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네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못한 팀이다. 2018~2019시즌도 중·하위권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1·2라운드에서 각각 4승을 거두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시즌 중반 주전 센터의 부상, 리베로의 팀 이탈로 고비를 맞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분투하며 상위권을 지켜 냈다. 시즌 전적은 18승12패, 승점 52점. 최근 여섯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IBK기업은행을 4위로 밀어내고 봄 배구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열세가 전망됐다. 베테랑 선수들이 즐비한 한국도로공사에 비해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탈락했다. 그러나 세 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명승부를 펼쳤다.
2·3차전은 외인 선수 알리가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치렀다. 국내 선수들만으로 분투한 결과다. 강점인 측면 공격은 정규 시즌 2위 팀에 뒤지지 않았다. 이소영과 강소휘가 번갈아 가며 공격을 책임졌다. 코트 안에서 체력 안배도 도모했다. 표승주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스파이크를 꽂았다. 센터 역할도 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표승주가 출전하면 정신없다"는 말로 그의 전천후 능력을 인정했다.
젊은 측면 공격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를 풀어 나가는 법을 배웠다. 기량뿐 아니라 경험까지 쌓은 것이다. 이소영은 2017년 6월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당한 것을 털어 내고 나선 첫 시즌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압박을 잘 이겨 냈다. 무엇보다 가장 기복 없이 시즌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 합계 58점을 쏟아 낸 강소휘도 클러치 능력이 좋아졌다. 표승주는 다가올 시즌에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세터 이고은과 안혜진은 서로 다른 강점으로 경쟁 시너지를 낸다. 센터 김현정도 단점으로 지목된 GS칼텍스 센터 라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다. 주전 리베로 나현정이 팀을 떠난 뒤 자리를 메운 한다혜도 자신감을 얻었다.
짜임새 있는 수비와 센터 라인 강화 등 숙제도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공격해야 하는 선수가 수비에 가담했을 때 불협 화음도 나왔다. 그러나 얻은 게 더 많다.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이 내년 시즌 더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제공 시즌 전 준비 과정을 돌아본 차 감독은 "연습 경기를 하면 한 세트를 따 내기가 버거운 수준이었다. 막막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최고참 김유리를 중심으로 단합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확인했다. "플레이오프에서 GS칼텍스다운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한 선수들이 내년 시즌에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GS칼텍스의 선전은 올 시즌 여자 배구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홈인 장충체육관을 찾은 배구팬의 발걸음이 늘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의 한 축이 된 덕분에 리그 흥미도 더해졌다. 차기 시즌 기대감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