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이 지난 26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회장은 '초대 회장'이라는 책임감에 오랫동안 공석이던 회장직을 맡았다. 녹록지 않은 자리다. 당장 협회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협회의 존재 가치를 어디서 찾느냐다. 종목사들도, e스포츠 구단들도, 선수들도 협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무용론을 얘기하고 있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협회의 존재 이유다. 26일 100일을 맞아 e스포츠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2019년 한 해는 '과연 협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3개월 간 고민해서 찾은 것은 종목사나 구단들이 하기 힘들거나 못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2000년 스타크래프트 시절에 했던 선수등록제도다.
김 회장은 "국가대표 선발, 세제혜택, 프로팀 입단 등이 협회 등록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등록 선수에게는 은퇴 후 진로 지원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 선수 뿐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도 협회 등록 선수들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올 상반기 중에 대한체육회 가맹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대전·경남·부산·전남 4개 시도의 가맹이 완료돼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가맹 기준(3개 시도체육회 가맹)을 충족한다"며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대한체육회 가맹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강원 등 설립 의지가 있는 지자체들이 있어 앞으로 9개 시도체육회 가맹을 서둘러 내년에는 대한체육회 준회원 지위를 획득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 지자체들이 e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며 "문화부가 올해 시행하는 지역 e스포츠경기장 구축 사업과 연계된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e스포츠 지역 시도체육회 가맹이 잘 이루어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e스포츠 아카데미 사업도 올해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간에서는 e스포츠 전문 선수를 양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협회는 민간에서 할 수 없는, e스포츠 전반에 필요한 산업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수 외 심판·지도자·방송인력 등 e스포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3가지 추진 사업 말고 협회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대항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019년 상반기 중에 대한체육회 가맹을 이루고 하반기에 한중전·한일전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국가들과의 국가대항전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협회는 또 현재 군 장병 e스포츠 대회를 추진하고 있으면 조만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협회가 국내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에서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봤다.
그는 "협회는 IOC에서 주관하고 있는 e스포츠 리에종 그룹에 참여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자문을 할 예정"이라며 "여전히 국가협단체나 국제기구들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 선정은 아시아연맹(AESF)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며 "아시아연맹에는 현재 아시아 28개 회원국 협회가 가맹돼 있는데, 한국은 동아시아 이사국(EB Member) 위치에 있어 향후 세부 종목 선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협회 재정 자립을 위해서는 신규 부회장사를 영입해 우선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여러 수익 사업으로 재정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협회는 외부 자문에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무료로 자문을 해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나 국내에서 e스포츠 컨설팅 등의 자문 요청이 있을 때는 수수료 등을 책정, 수익화해 기본적인 협회 사무국 운영 재정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해외 협회, 프로팀들과의 부트캠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최소한 협회 운영 경상비를 충족하는 정도의 사업을 진행해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협회는 온라인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e스포츠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매치업 플랫폼을 만드는 파트너십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온라인 시스템을 갖춰 선수들의 이력 관리와 경기결과 데이터 등을 쉽게 축적할 수 있다"며 "온라인 상에서 대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