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데뷔 기대를 모은 이강인과 백승호. 하지만 이번 A매치 2연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만인의 관심 속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두 어린 선수가 첫 소집에서 얻은 것은 '인내'였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은 이번 3월 A매치 평가전 볼리비아(22일·1-0 승) 콜롬비아(26일·2-1 승)와 2연전을 앞두고 소집 명단에 백승호(22·지로나)와 이강인(18·발렌시아)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어린 나이부터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의 이름은 일찌감치 대중에 알려졌고, 대표팀 승선 여부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팀을 소집할 때마다 백승호와 이강인의 이름은 언론과 대중을 통해 늘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이들이 언제 소집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불러들이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대중의 기대에도 백승호와 이강인의 이름은 쉽게 불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3월 소집 명단에 백승호와 이강인이 포함되자 온통 시끄러워졌다. 특히 '슛돌이' 이강인의 A매치 데뷔 여부가 곧장 화제로 떠올랐다. '불렀으니 써야 한다', '어린 선수라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출전파'와, '아직 어리니 지켜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명단에 포함됐어도 뛰지 못하고 돌아간 선수들이 한둘이냐'는 '관찰파'가 팽팽히 맞섰다. 이강인의 출전 여부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러나 정작 벤투 감독은 이들의 출전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확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들을 불러들인 이유나 출전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을 때마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싶었다",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끝내 두 선수를 그라운드에 세우지 않았다. 출전시간 0분으로 끝난 첫 대표팀 소집에 백승호는 "경기 출전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지만 팀의 승리에 만족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자기 철학이 확고한 데다 선수 기용 폭도 넓지 않은 편이라, 이번 소집에 포함됐다고 해서 곧바로 백승호와 이강인이 경기에 나설 것이라 보긴 어려웠다. 더구나 이번 2연전에서 벤투 감독은 손흥민(27·토트넘)을 최전방으로 올려 투톱으로 기용하는 4-1-3-2 포메이션을 실험하며 전술 변화에 더 뜻을 뒀다. 이재성(27·홀슈타인 킬)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에 권창훈(25·디종)까지 복귀하면서 2선 자원이 풍부해져 여러 전술들을 시험하고 적용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줄부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벤투 감독으로선, 이번 2연전에서 실험해야할 것들이 더 많았던 셈이다. 백승호와 이강인에게 쏠린 관심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나, 벤투 감독은 '벤투호'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더 집중했다.
결국 한 번도 뛰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 백승호와 이강인을 두고 벤투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주위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시안컵 이전 소집 때마다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의 기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와 비슷하다. 그 때도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불러들여 관찰했고, 그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을 늘리며 제 역할을 해내자 22일 볼리비아전에서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투입해 출전 시간 논란을 종식시켰다. 꾸준한 관찰로 선수를 검증하고 확신을 얻은 뒤에야 기용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은 백승호와 이강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백승호와 이강인,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어린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인내가 필수다. 벤투 감독도 "이번 소집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했다. 소속팀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 계속 체크하고 앞으로도 계속 관찰할 예정"이라며 계속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