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불태운 3월 봄 배구 '투혼'의 일정이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은 모든 에너지를 코트에 쏟아부었다. 그렇기에 2년 연속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뜨거운 위로의 응원 박수를 받았다. 김종민(45)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선수들이 굉장히 고생했다. 투혼을 보여 준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평가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 역전 우승을 희망했지만 아쉽게 고개를 떨궜다.
정규 시즌을 2위로 마감한 도로공사는 지난 15일부터 GS칼텍스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에 돌입했다. '30년 지기' 우정의 김종민 감독과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모두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 제대로 맞붙기 위해 "2차전 안에 승부를 끝내야 한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 치열한 승부는 없었다. 도로공사가 1승1패로 맞선 PO 3차전 승리로 '챔프전 진출 티켓 확보'의 영광을 안았지만, 그만큼 '피로'도 얻었다.
PO에서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다. 3경기 모두 5세트 접전이었다. 선수들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안 그래도 도로공사에는 이효희(39) 정대영(38) 파토유 듀크(34·등록명 파튜) 리베로 임명옥(33) 배유나(30) 등 30대 선수가 많다. 박정아(26)와 문정원(27) 등 젊은 선수들도 포스트시즌의 압박감 속에 체력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창단 이후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목표로 나섰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무거웠다. 박빙 승부에서 결정력이 떨어졌고, 코트에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몸이 힘들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GS칼텍스와 PO에서 3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을 다 소진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우승 멤버 박정아·이효희·임명옥이 비시즌 국가대표 소집으로 오랜 기간 팀을 비웠고, 배유나·문정원·이원정은 수술대에 올랐다. 여기에 이바나 네소비치까지 제 컨디션을 보여 주지 못해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는 등 초반에 고전했다. 하지만 3라운드 이후 15승5패의 상승세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김 감독은 "개막부터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후반기에 굉장히 많이 치고 올라왔다"며 "팀 시스템을 보다 완벽하게 갖췄다"고 성과를 꼽았다.
다음 시즌의 희망을 위해 "백업세터 이원정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김 감독은 "이효희와 정대영이 힘든 훈련을 참고 도와줘 고맙다. 정대영은 후배들 앞에서 내게 많이 혼났는데 내색하지 않고 받아 줘서 더욱 고맙다. 문정원과 임명옥은 궂은일을 해 줘서 고맙다. 특히 배유나는 무릎이 안 좋은 상황에서 내색하지 않고 버텨 줘서 감사하다"고 베테랑의 열정을 높이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