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24절기 중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청명’ 봄비가 내려 곡물을 기름지게 하는 ‘곡우’가 있는 달이다. 4월 날씨에 맞게 고즈넉한 옛길을 걸으며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걷기여행길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했다.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이어 주는 길목이었던 문경새재는 한반도 전국에 숨겨진 곳곳의 명소들을 널리 알리고자 오랜 시간 공들여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1위를 차지한 곳이다.
계절의 아름다움이 눈부신 명소를 생각한다면 문경새재는 사실 조금은 소박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우리 역사가 있고, 유구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옛길 박물관에서 시작해 조령산과 주흘산을 넘어 충렬사까지 이르는 36km 길이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 좋은 코스로 이뤄져 있는 것도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이유다.
충주 풍경길 하늘재길은 충주와 영남의 관문인 문경을 잇는 옛길로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죽령보다 2년 빠르고 조령(문경새재)보다 1000년 빠르다.
1800년이 넘은 역사를 품은 그 길이 잘 보존돼 지금은 우리에게 숲길을 따라 걷는 힐링 산책로가 됐다. 길은 미륵대원지에서 출발해 하늘재 정상석까지 왕복 4.1km의 순환형 코스다.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나지막하고 난이도가 쉬운 길이니, 2시간의 여유로운 여정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다음은 강릉 대관령 고개를 따라 이어진 대관령 옛길이다. 이 길은 선조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동과 영서의 관문 역할을 하던 이 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길이며,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의 영감을 받았고, 또 김홍도가 풍경에 취해 산수화를 그렸던 유서 깊은 옛길이다.
역사적 위인들의 숨결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백두대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태백산맥의 아름다운 자연까지 품으며 걸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또 코스 중간에 단오제의 주신을 모신 국사성황당이나 옛 주막을 복원한 초가집 등 흥미로운 볼거리도 만나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죽령 옛길은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옛길로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옛길이다. 예로부터 한양과 경상도를 잇는 최단 경로로 알려져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해도 이 험한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하는 선비, 봇짐과 행상을 차고 힘들게 걷는 보부상, 고을에 부임하는 관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숨 가쁘게 걸었던 이 길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 현재에 이르는 유래 깊은 길이다.
희방사역을 시작으로 소백산 자락을 따라 죽령마루를 넘어 단양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