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강풍을 타고 번져 고성·속초, 강릉, 인제, 동해를 집어삼킨 산불을 잡기 위해 5일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다.
정부와 산림 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 산불이 난 동해안 지역에 진화 헬기 51대와 진화 차량 77대, 1만3000여 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투입된 헬기는 산림 28대, 국방 13대, 소방 6대, 임차 4대 등이다. 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차 872대가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쓰나미처럼 몰려온 산불은 진화 헬기가 대거 투입되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인제에서 시작된 불은 밤사이 초속 20∼30m의 강풍을 타고 번져 고성지역 콘도와 속초 시내,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까지 초토화시켰다. 오전 7시 현재 산림 피해면적은 고성산불 250㏊, 강릉산불 110㏊, 인제산불 25㏊ 등 385㏊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면적(7140㎡)의 539배에 달하고, 여의도 면적(290㏊)보다 훨씬 넓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 20분쯤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A씨(58)가 연기에 갇혀 숨지는 등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는 1명 사망, 11명 부상이다. 대피 주민은 4230명이다. 고성·속초 산불로 주택과 창고 등 200여채가, 강릉산불로 주택 등 110여채가 다 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 같은 산불이 덮친 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주민과 관광객은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밤이 늦도록 쉽게 잠들지 못했다. 육군 8군단 예하 부대 장병 2500여 명도 강풍을 타고 부대로 번지는 산불을 피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 실버타운, CNG 기지, 망상 오토캠핑장까지 집어삼켰다. 동해고속도로와 7번 국도 일부 구간의 양방향 차량 통행이 밤사이 전면 통제됐으나 바람이 잦아들면서 통행이 재개됐다.
산불의 급속 확산으로 막대한 피해가 난 속초와 고성은 각 25개 학교와 20개 학교 등 모든 학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또 강릉 옥계 2개 학교, 동해 1개 학교 등 도내 52개 학교가 휴업한다. 교육시설 피해도 잇달았다. 고성 인흥초등학교 창고 1동이 전소했고, 속초 청해학교는 창고 2동과 경비초소가 다 탔다.
코레일은 강릉시 옥계역 부근 산불로 중지했던 강릉발 무궁화호 열차 운행을 5일 오전 6시45분 재개했다. 하지만 산불 여파로 지연운행이 예상된다고 코레일은 전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바람이 워낙 강하고 빠르게 불어 진화에 어려움은 있지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산림청장 역시 "진화 헬기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산림청은 산불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을 전파했다. 산림청은 불씨가 집, 창고 등 시설물로 옮겨붙지 못하도록 문과 창문을 닫고, 집 주위에 물을 뿌려주도록 당부했다. 폭발성과 인화성이 높은 가스통 등은 제거하도록 했다. 주민대피령이 발령되면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서 침착하고 신속히 대피하되 대피 장소는 산림에서 멀리 떨어진 논·밭, 학교 등 공터로 피해야 한다고 산림청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