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분짜·반미·반쎄오·짜조….' 베트남 음식이 다시금 인기다. 국내 베트남 음식의 역사는 1998년 미국의 베트남 쌀국수 프랜차이즈 포호아가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초반 포베이·호아빈 등 관련 프랜차이즈가 17개까지 증가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러나 최근 문을 연 분짜라붐을 시작으로 기존의 미국 스타일 베트남 쌀국수만이 아닌 본토의 맛을 강조한 2세대 베트남 식당들이 등장하며 다시 베트남 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메뉴도 쌀국수에서 분짜·반미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지난 8일 베트남 음식의 제2 전성기를 이끄는 SF이노베이션 분짜라붐의 이경래 연구·개발(R&D) 총괄팀장을 만났다.
- 베트남 음식이 인기다. 비결은. "일단 최근 베트남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높다. 지난해부터 최근 북미 회담까지 관심이 이어지며 여행객도 엄청 늘고 있다. 최근 여행객이 너무 늘어 환전에 어려움까지 겪는다고 한다. 이런 관심이 음식에도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욕구가 점차 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소비함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소비 패턴은 현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외식 부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 이국적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 지역마다 음식의 특색이 다르다. 베트남은 어떤가. "베트남은 잘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도 남과 북으로 길게 펼쳐 있다. 음식은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 우리나라는 남쪽 음식은 간이 세고 맵고 짠 반면 북쪽으로 갈수록 간이 약해지듯 베트남 음식도 그렇다. 하노이 음식은 깔끔하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 호찌민 음식은 재료를 많이 넣고 향도 진한 편이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은 통일되기 전에 각각의 수도였던 만큼 북부와 남부 끝에 자리 잡고 있어 같은 메뉴라도 음식을 해석하는 부분이 많이 다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우선 호찌민식 쌀국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가 한국에서 알고 접했던 숙주를 고봉처럼 올리고 건면을 사용한 쌀국수다. 반면 하노이식 쌀국수는 마늘 절임과 베트남 고추·라임을 넣어 먹고, 생면을 사용해 더욱 촉촉하고 탄력 있는 면발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분짜라붐의 대표 메뉴인 '분짜'는 하노이식 음식으로 느억맘 소스에 '분(쌀국수)'과 '짜(구운 돼지고기)'를 야채와 곁들여 찍어 먹는 방식이다. 분짜와 유사한 호찌민 음식인 분팃느엉은 분(쌀국수)과 '팃느엉(구운 돼지고기)'을 야채와 함께 그릇에 담아 느억맘 소스를 부어 먹는다. 중국식 춘권이 베트남에서 토착화된 '짜조'는 새우살·저민 고기 살·당면·버섯 등을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바삭하게 튀겨 낸 요리인데, 하노이에서는 짜조라는 말을 쓰지 않고 '넴'이라고 부른다."
- 분짜라붐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메뉴는. "분짜라붐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기본적으로 하노이 정통 요리를 표방하며, 하노이의 대표적 음식인 분짜가 가장 중점이 된다. 직화로 구워 맛과 풍미를 제대로 살린 고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노이직화분짜'가 분짜라붐의 대표 메뉴다. 또 오랜 시간 불을 끄지 않고 진하게 우려 낸 사골 양지 육수와 촉촉하고 탄력 있는 생면을 사용한 '하노이쌀국수' '하노이차돌쌀국수' '하노이양지설도쌀국수'와 불 맛을 살린 '남방풍매운쌀국수'도 제공한다."
- 분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분짜는 하나의 메뉴지만, 그 구성을 살펴보면 느억맘 소스·완자·숯불고기·짜조·각종 허브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조리법도 생면을 만들고, 숯불을 사용해 고기를 굽고, 짜조를 튀기고, 면을 삶는 등 매우 복잡한 메뉴 중 하나다. 그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하나의 메뉴로 탄생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테스트 과정을 겪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 평양냉면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점과 분짜의 인기가 생긴 시점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에 이색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베트남이 지역에 따른 음식 특징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가장 남단인 제주도에 분짜라붐 매장이 생긴다면 이에 맞게 베트남 최남단 음식을 적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
- 다른 추전 메뉴는. "최근에 선보인 '카오팟 무쌉'과 '하노이볶음쌀국수'를 추천하고 싶다. 카오팟 무쌉은 태국식 덮밥을 베트남 전통 피시소스인 느억맘 소스와 베트남 고추를 활용해 돼지고기·시금치·각종 채소와 함께 볶아 내 분짜라붐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동남아식 덮밥이다. 하노이볶음쌀국수는 베트남 볶음쌀국수인 '퍼싸오'를 기반으로 새우와 숙주·각종 채소를 넣어 볶은 메뉴다. 기호에 따라 크러시드 레드페퍼와 땅콩가루를 곁들여 즐길 수 있다."
-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 요리는. "아직까지 베트남 요리라고 하면 쌀국수만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쌀국수 외에도 '짜가'라는 음식이 있다. 베트남에는 바다 생선을 이용한 음식도 많지만, 내륙에도 강과 하천이 많은 나라라 민물 생선을 이용한 음식도 다양한 편이다. 짜가는 민물 생선을 이용한 요리로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해 봤지만 국내에서는 민물 생선의 유통이 쉽지 않아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메뉴는. "아직까지 베트남 요리 하면 쌀국수만 떠올리는 국내 고객들에게 베트남에서 나아가 동남아 전체의 다양한 음식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외식 업계는 각국 요리를 재해석해 우리 식으로 바꾸는 것에 굉장히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동남아 음식은 간단한 요리법 전환으로도 충분히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퓨전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
- 베트남 음식이 얼마나 성장할 것 같나. "2016년부터 조금씩 형성됐던 베트남 음식 열풍은 2017년 분짜라붐이 론칭한 시점 이후 더욱 커져 현재는 베트남 현지 메뉴와 감성을 표현한 프랜차이즈 및 일반 브랜드의 수가 시장 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른 영역에 비해 초창기로 규모를 가늠할 수 없지만, 베트남 요리를 타이틀로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 향후 계획은. "이 시점에 분짜라붐은 베트남 현지 맛과 감성을 유지한 채, 분짜라붐의 정체성을 적용시킨 다양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시아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베트남 현지의 요리 맛과 감성을 국내에서 제대로 느끼고 싶을 때 찾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나아가 다양한 아시아 요리를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고객 관점에서 친근한 브랜드로 한 단계 도약할 계획이다. 또 올해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해 브랜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 수를 점차 확대해 수도권 외 고객들에게도 분짜라붐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가맹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