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작품,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많은 배우들 중 '단 하나의 트로피'의 주인공을 선정하는 시상식. 치열하지 않고, 쟁쟁하지 않은 부문이 없지만 최우수연기상은 매해 후보 선정부터 가장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부문이다.
지난 1년간 한국 영화를 빛낸 수많은 배우들 중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녀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10명의 배우들 역시 무수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찼다. 이미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로 그 존재감이 남다르지만, 꾸준한 성장과 변화, 도전과 책임감은 관객들로 하여금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누가 트로피를 거머쥐든 이견 없이 박수받아 마땅한 배우들. 좋은 작품, 최선을 다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행복함을 선물해 준 10명의 배우들을 소개한다.
TV·영화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한 종합예술 시상식 제55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1일 오후 9시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진행된다. 방송인 신동엽·배우 수지와 박보검이 MC로 나선다. JTBC를 통해 생중계된다.
'독기와 성장' 변화의 바람 이끈 남배우들
누적 관객 수 1626만 명이 환호하고 열광했다.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을 통해 기념비적 부활에 성공한 류승룡이다. 다시 열린 류승룡 시대, 되살아난 류승룡 파워는 배우 개인의 기쁨을 넘어 누구든, 언제든 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심었다. 한국 코미디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장본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덤빈 류승룡은 누구보다 멋졌다.
청춘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아인은 귀신 같은 시기에 만난 '버닝(이창동 감독)'으로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연기가 아닌 종수 그 자체로 살았던 '버닝' 속 유아인의 얼굴은 쉽게 잊히지 않은 잔상을 남겼다. 여러 고비에도 '버닝' 프로젝트를 끝까지 놓지 않은 유아인이 더욱 기특한 이유다.
무명에서 최정상까지, 한 편의 인생 극장을 보여 주는 '공작(윤종빈 감독)'의 이성민이다. 이성민은 쌓고 쌓은 연기파 배우의 내공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 수 있는지 '공작'을 통해 몸소 증명했다. 묵묵히 한 길만 걸어 인생을 건 연기 하나로 관객들을 인정시킨 이성민. 리명운의 비주얼·대사·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눈빛은 여전히 생생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주얼 배우에서 깊이 있는 감성을 표출할 줄 아는 배우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정우성이다. 데뷔 이후 20여 년 내내 톱스타로 주목받으며 '매력의 끝을 이미 다 안다'고 자만하는 대중에게 한 방을 날릴 줄 아는 정우성은 '증인(이한 감독)'으로 연기파 배우 자리까지 노린다. 수더분한 정우성이 이토록 심금을 울릴 줄 몰랐다.
최근 몇 년 새 충무로 최고 대세로 성장하더니 어엿한 주연으로 안정적 위치까지 확보해 낸 주지훈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고 싶어 하지만 쉽게 손 뻗지 못하는 극악무도 살인마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으로 만난 주지훈. 감정 없는 살인마의 눈빛 뒤에 초롱초롱 반짝이는 배우 주지훈의 눈빛은 품은 독기만큼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10대→50대' 세대막론 '기립박수' 터뜨린 여배우들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를 통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존 인물, 그것도 역사적 인물인 유관순으로 분한 고아성은 선택만으로도 찬사를 이끌었다. '잘해도 본전일 것이다'는 의견 속에 눈물 나는 열연을 펼쳐 내면서 대표적인 유관순 캐릭터를 완성시켰고, 충무로를 대표할 만한 차세대 여배우의 성장을 알렸다.
잘 자랐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그 경계에서 택한 '증인'은 10대 김향기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됐다. 극 중 발달장애 여고생을 연기한 김향기는 '어려운 연기를 잘 해냈다'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김향기가 아니면 안 됐다'는 맞춤형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세대를 아우른 공감, 김혜수의 능력이자 가치다.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로 또 한 편의 대표작을 갈아 치운 김혜수는 극 중 국가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날카로운 통찰력과 강한 신념 속 김혜수만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김혜수의 열정은 그가 왜 배우들의 배우인지 여실히 확인케 한다.
열일이 감사한 배우다. 작품마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희애는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민규동 감독)'를 통해 작품으로 이야기하며 문화 매체를 선도하는 배우의 존재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 줬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라는 과감한 도전 속 울분과 쾌감을 동반한 짜릿한 연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배우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변신의 성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미쓰백(이지원 감독)' 한지민이 친 뒤통수는 통쾌함 그 이상이다. 마냥 요정같이 예쁘게만 보였던 얼굴에서 다른 얼굴이 보이게 만들었다. 배우에게 '연기'라는 무기는 그래서 대단하다. 한지민은 '미쓰백' 한 편으로 배우 한지민의 단단함과 신뢰를 모두 입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