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조세호(36)를 부르는 '국민 MC' 유재석의 호칭이다. '자기야'란 애칭에서 묻어나듯 조세호는 강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여린 심성과 러블리함을 갖추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반전 매력,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실 조세호와 취중토크로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 요청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예전엔 일이 많이 없었어요. 누군가 잘 되고 있으면 박수를 쳐 주는 입장이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인터뷰하면 굉장히 어색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게 힘든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해 얘기할 순 있지만 지금 힘든 친구들한테 어떻게 들릴지도 신경이 쓰여서 이런저런 말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인터뷰하고 난 후 그걸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어요.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순 없잖아요. 누군가 입장에선 또 싫어할 수 있으니까요. 그 부분이 크게 다가와서 인터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TV 속에서 호탕하게 웃고 사람들의 놀림에 유쾌하게 넘기는 캐릭터와 달리 실제 조세호는 생각이 깊고 신중했다. 그리고 솔직했다. 그래서 인터뷰 자체가 더 쉽지 않았던 것.
조세호는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14년의 무명시절을 겪었다. 선배 남희석이 지어준 예명 '양배추'로 활동했지만 그렇게 큰 빛을 보진 못했다. 군 제대 이후 '구 양배추 현 조세호'란 수식어를 활용해 조금씩 방송가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던 중 '프로 불참러'로 전성기를 맞았고 꿈에 그리던 무대 국민 예능 '무한도전'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면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를 주변에서 오랜 시간 지켜봐온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늘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말하곤 했다. 그 노력을 통해 조세호는 '대세 개그맨'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여전히 칭찬에 목마르다. "개그맨이 되고 나서 칭찬을 많이 못 받았어요. 물론 몇 분들은 기를 살려주기 위해 칭찬을 해줬지만 나 자신도 '이 정도면 잘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못 들었어요. 뭘 바란 게 아니라 '재밌었고, 수고했다' 따뜻한 한 마디면 되는데 못 들어서 갈증이 있어요. 지금도 칭찬받기를 좋아해요.(웃음)"라고 수줍게 고백한 조세호. 그렇게 칭찬과 수다가 오간 취중토크 자리는 2차까지 이어졌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사람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주량이 달라져요. 소주 한 병이면 굉장히 재밌게 마실 수 있고 한 병 반 마시면 진지한 얘기를 시작해요. 두 병 마시면 다시 재밌어져요."
-술버릇도 있나요. "술 먹고 나의 몰랐던 모습이 나온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굉장히 밝고 즐겁게 마셔요. 술은 전유성 교수님한테 배웠는데 '재미없게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하셔서 무조건 술은 재밌게 마셔요."
-자주 만나는 술친구는요. "남희석 형님, 남창희, 이진호, 유병재를 자주 보죠. 양세찬, 이용진, 양세형도 있고요."
-만나면 주로 뭘 하나요. "병재랑 만났을 땐 둘이서 고기 구워 먹고 얘기하기도 하고 와인바에 가서 와인을 마시기도 해요. 와인바에 남희석 형님도 오셔서 셋이서 수다를 한 적이 있어요. 병재와 진호는 자주 만나니까 맛집 공유하고 먹으러 가요. 정말 건전한 모임이죠. 갑자기 월미도에 가서 회 먹고 차이나타운 가서 밥 먹고 온 적도 있어요."
-정말 어렵게 만났네요. "인터뷰를 하면 굉장히 어색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말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인터뷰하고 난 후 그걸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어요. 그 부분이 크게 다가와서 인터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개그계를 대표하는 '명품 사랑꾼'이에요. "대학교 교수님이 이영자 선배님이었는데, 선배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뇌리에 박힌 사건이 있었어요. 첫 수업 시간에 상담을 하게 됐는데 그때 명품 가방을 보여주시면서 '이게 얼만지 알아? 70만원이야'라고 해서 깜짝 놀랐죠. 교수님은 코미디언이 돼서 열심히 하면 이런 걸 충분히 살 수 있으니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얘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그때부터 개그맨이 되면 열심히 해서 똑같은 걸 반드시 사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명품을 사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나요. "돈을 모으고 또 모아서 빚 내지 않고 샀어요. 그게 한 2004~5년 정도였어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뿌듯했죠. 그 이후로 동기 부여를 위해 목표를 하나씩 정해놔요. 일종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열심히 일해서 살 걸 정해놓고 그 매장에 자주 가요. 물론 가서 보기만 하고 안 사니까 진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똑같은 걸 보고 가요. 목표 의식을 다지는 거죠."
-원래부터 금수저라서 명품을 좋아한다는 편견도 있어요.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소문에는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냥 한 회사를 오랫동안 다닌 분이에요. 아버지한테 월급을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기사가 난 이후에 물어보니 아버지가 '그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자랄 때 학원 다닐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 외식할 수 있는 그런 집이었어요. 소문이 난 것처럼 넘치도록 넉넉한 집은 아니었어요.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스스로 벌어서 썼어요. 물론 처음엔 너무 수입이 없으니까 아버지가 기죽지 말라고 제 계좌에 10만 원, 20만 원 보내주신 적은 있었죠. 그런 걸 제외하고는 스스로 해왔어요. 겉치레를 보고 아버지한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진짜 아니에요."
-옷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인가요. "신인 때부터 남희석 형님과 친했어요. 형님은 항상 '코미디언일수록 트레이닝복 같은 것 입고 다니지 말고 항상 갖춰 입고 다녀라'라고 강조했어요. 인기가 있든 없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깔끔하게 입고 다니라는 얘기였어요. 그래서 신경을 썼어요. 개그맨이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지만, 옷으로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살집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게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남희석 씨가 한 얘기에 굉장히 공감돼요. "영향을 많이 받았죠. 신인 때도 무시당하기 싫어서 옷을 잘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집이 잘산다는 소문이 났나 봐요. 그렇다 보니 돈은 많이 못 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