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SK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통합 MVP(최우수선수) 류은희(29)가 유럽 무대에 진출한다.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은 지난 22일 통합 우승이 결정된 뒤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는 "앞으로 여러 가지 얘기가 있을 것 것이다"며 "류은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길 것 같다"며 에둘며 말했다. 발언의 명확한 의미를 묻자 "오늘이 나와 류은희가 같은 팀에서 뛰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선수의 해외 진출이 성사된 사실을 밝혔다.
강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류은희게 관심을 갖는 팀이 많았다. 어떤 팀에서 뛰어도 잘 해낼 선수다. 해외 진출 계보가 한동안 끊겼다. 한국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서 뛰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부터 손발을 맞췄던 제자를 향해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류은희가 향하는 무대는 프랑스다. 새 소속팀과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해당 팀과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고 한다. 향후 대한핸드볼협회를 통해 공식 발표를 한다.
이전에도 오성옥, 김차연, 명복희, 한선희가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뛰며 한국 핸드볼을 유럽 무대에 알렸다. 강지혜, 허영숙, 허순영, 최임정은 덴마크 리그를 누볐다. 홍정호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이상은은 스페인, 우선희는 루마니아에서 경험을 쌓았다. 류은희의 프랑스행은 오성옥 현 여자청소년국가대표 감독이 은퇴(2011년)한 뒤 끊긴 '유럽파' 계보가 8년 만에 이어지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일단 한국 무대에서는 더 오를 위치가 없다. 리그 최고의 라이트백이고, 올 시즌을 포함해 챔프전 MVP만 세 번 차지한 우승 청부사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3연속 올림픽 대표팀 일원으로 뛰며 국제 대회 경쟁력도 증명했다.
지난 3월 서울 워커힐 연수원에서 열린 2019 국제핸드볼연맹(IHF) 국제 지도자 연수회에 참석한 디트리트 슈페데 IHF 기술위원장도 류은희의 플레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무조건 해외로 가야 하는 선수다"고 말했다고 한다.
류은희는 "오래전부터 꿈꾼 일이다. 준비도 했다. 더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열심히 하고 잘해서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 다른 선수들도 길이 열릴 것이다. (해외 진출 선수가 늘어나면)대표팀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는 소속팀이 통합 우승을 거둔 상황에서 자신에게만 관심이 모이는 것을 경계했다. 강 감독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황했고, 말도 아끼려 했다. 조심스럽게 해외 진출 배경과 각오를 전했다. "부산시설공단의 우승에 도움을 주신 이사장님, 지도자 선생님들, 스태프 등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프랑스리그의 개막은 8월 말이라고 한다. 류은희는 7월 중순 즈음에 현지로 떠난다. 10월에 열리는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는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