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요?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받는 겁니다. 오랜 시간 슬럼프를 겪었기에 믿기지 않겠죠. 그러나 그만큼 자신 있습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9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만난 김비오(29·호반건설)는 “올해 반드시 대상과 상금왕을 받겠다”고 장담했다. 김비오는 “올해가 골프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된다”며 “묵묵히 갈 길을 가다 보면 내리막 끝에는 오르막이 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부진했는데 가능하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불가능하리란 법도 없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활을 예고했던 김비오가 자신의 말처럼 멋지게 부활했다. 김비오는 28일 전북 군산CC 리드, 레이크 코스(파72)에서 열린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4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7언더파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4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김비오는 8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뒤 9번홀부터 13번홀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로 단숨에 공동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반면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김태호(24·윌로) 윤세준(28) 등 신인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중압감 속에서 뒤로 물러섰다. 김태호와 윤세준은 3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비오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16번홀(파4)에 이어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해저드에 빠졌다. 그러나 김비오는 계속된 위기를 보기로 막아 내며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17번홀에서는 1벌 타를 받고 드롭 존(122야드)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보기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김비오는 18번홀(파4)에서도 티샷과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파로 막아 내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준우승은 5언더파를 기록한 김태훈(34)이 차지했다.
김비오는 이번 우승으로 2012년 SK텔레콤오픈 이후 무려 7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왈칵 쏟아 낸 그는 “사실 은연중에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워낙 공이 안 맞던 시기가 길었다. 아내와 만난 뒤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 줬는데 드디어 보여 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2007~2008년 국가대표 출신인 김비오는 2010년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조니워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그해 신인상은 물론이고 대상과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그해 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Q스쿨에서 4위에 올라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11년 PGA 투어 시드를 잃었지만, 2012년에 한국과 미국 활동을 병행하면서 코리안투어에서 2승(매경오픈·SK텔레콤오픈)을 거두며 상금왕을 차지했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슬럼프가 계속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로 돌아와 재기를 노렸지만 부진이 계속됐고, 지난해는 PGA 2부 투어에 도전했다 다시 실패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김비오는 “한때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다른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자만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PGA 투어에 몇 번 가 보니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내는 골프를 전혀 모르지만 나를 꿰뚫어보고 훈수해 준다. 골프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게 해 준 아내 덕분에 마음가짐부터 달라졌고, 골프가 다시 좋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