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4월 29일까지 경기당 사구는 0.9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5개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사구 논란이 연이어 터졌고, 감정 싸움도 발생했다.
가장 큰 논란은 지난 28일 잠실 두산-롯데전에서였다.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 직구에 정수빈이 맞아 갈비뼈 골절상을 당했다. 양 팀 감독 모두 감정이 격해졌고, 이례적으로 감독의 벤치클리어링까지 발생했다. 이후 '김태형 두산 감독이 상대 선수에게 욕설을 했느냐'는 진실게임 논란으로 옮겨졌다.
사구 이후 태도와 진심 여부를 놓고 논란도 있었다.
지난 4일 문학 SK-롯데전에서는 SK 투수 박민호의 공에 민병헌이 맞아 쓰러졌다. 당시 타율 0.444로 1위였던 민병헌은 검진 결과 '중수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한 상태. 민병헌의 큰 부상 소식에 당시 껌을 씹으며 사과하던 박민호의 태도에 많은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자 박민호의 소속팀 SK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발표해 수습에 나섰다. SK는 당시 "박민호가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심한 부상을 당하게 해 죄송하다. 빨리 완쾌해서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과 함께 "손차훈 단장과 염경엽 감독이 롯데 측에 유감과 빠른 쾌유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잠실 라이벌' LG-두산전에서도 지난 14일 사구로 잠시 신경전이 벌어졌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LG 선발투수 배재준의 공에 팔꿈치 보호대를 맞은 뒤 베이스로 향하며 한동안 배재준을 응시했다. 그러자 배재준은 전광판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맞대응했다. 두산 일부 선수들은 더그아웃 바로 앞까지 나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배재준은 얼마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잘못을 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각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성숙해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몸에 맞는 공은 이렇게 가끔씩 양 팀 간 감정 싸움과 벤치클리어링을 불러오곤 한다. 타자는 타석에 더 바짝 다가서고, 투수는 장타를 피하기 위해 좀 더 타자의 몸쪽 투구 제구에 신경쓴다. 그렇다 보니 사구는 자주 발생한다. 그 외에도 맞은 쪽은 경기 상황에 따라 고의성을 의심하고, 반대 측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맞설 때가 있다. 또 보복 사구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큰 점수 차로 앞선 팀이 도루를 시도하면, 상대팀은 '야구의 불문율을 깨트렸다'며 고의성이 의심되는 공을 던져 신경전을 벌일 때도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만 최근 들어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투수가 타자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표현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과거에는 사구도 경기의 일부분이고, 상대와의 기 싸움을 위해 투수가 타자에게 사과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을 코칭스태프가 금지한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사구를 던진 투수가 타자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극히 드문데, KBO 리그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에게 모자를 벗어 깍듯이 사과하는 모습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10개 구단 사령탑은 감독자 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만 문화가 다른 외국인 선수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도록 하자"고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