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막을 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트로피는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든 배우 김혜자에게 돌아갔다. '살아 숨 쉬는 백상의 역사'로 일컬어지는 김혜자의 생애 네 번째 백상 대상이다.
김혜자는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치러진 심사위원 3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상으로 확정됐다. 이견이 없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대상은 김혜자"라고 꼽았다.
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를 통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혜자. 지난해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하고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김석윤 JTBC 드라마 본부장이 극 중 이름을 '김혜자'로 설정할 만큼 김혜자를 위한 헌정작으로 의미를 더했다.
알츠하이머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이남규 김수진 작가는 마지막까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석윤 감독 특유의 웃음과 눈물이 적절하게 오가는 연출로 60분이 '순삭'됐다. 여기에 56년 베테랑 연기자 김혜자의 연기 혼이 고스란히 담겨 폭발적인 힘이 발휘됐다. '국민배우'의 파워를 실감케 하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겉모습은 70대지만 25살 김혜자의 내면을 표현할 때는 2인 1역을 소화한 배우 한지민과 겹쳐 보일 정도로 순수한 20대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알츠하이머인 사실이 밝혀졌을 땐 70대 김혜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질감 없이 표현했다. 눈빛으로 말하고 답하는 배우였다. 그 품격을 눈으로 직접 확인케 했다.
김옥영 백상 TV 부문 심사위원장은 "김혜자 배우가 연기를 잘했지만 배우의 56년 연기 인생 때문에 이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작품 전체를 봤다. '눈이 부시게'에 김혜자가 잘 녹아든 느낌이다. 이 작품은 김혜자를 중심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종합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대표해 김혜자가 대상을 수상한 것"이라고 심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심사위원 정덕현은 "'눈이 부시게'는 신구세대에 대한 얘기이면서도 노령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것이 시대적 코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성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 조연으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었는데 김혜자 배우가 나이가 들어도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고, 김진혁 심사위원은 "김혜자 배우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이렇게까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김혜자는 제2회 연극부문 신인상·제12회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제14회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제15회 TV 부문 대상·제24회 TV 부문 연기상·제25회 TV 부문 대상·제45회 TV 부문 대상을 잇는 또 하나의 수상 기록을 남겼다. 백상 8관왕이자 생애 네 번째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