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광과 이재인이 충무로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로 인정받았다. 올해 백상의 주제 '해빙'과 걸맞은, 얼어붙은 영화계를 녹일 뜨거운 원석들이다.
김영광과 이재인은 1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과 '사바하(장재현 감독)'로 영화부문 남녀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신인 같지 않은 열연을 보여준 다른 8명의 막강한 후보들을 물리쳤다. 공정하고 치열한 과정을 통해 당당히 빛나는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다시 발견했다, 김영광 재발견이라는 단어만큼 지난 한 해의 김영광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안방극장에서는 이미 입증했으나 스크린에서는 다소 낯선 얼굴이었던 김영광은 '너의 결혼식' 단 한 편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사실적인 생활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던 이 영화에서 관객의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특히 김영광은 여자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러닝타임 110분이 김영광의 매력 발산 타임이라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에 힘입어 흥행까지 성공시키면서 스크린 티켓 파워까지 입증했다.
남자 신인연기상 후보 5명 모두 각자의 무기를 갖고 있다. '극한직업'의 공명은 첫 상업영화로 1626만 명의 마음을 훔쳤고, 김민호는 '스윙키즈' 단 한 편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주혁은 멀티캐스팅 영화 '안시성'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빛나는 존재감을 뽐냈고, '뺑반' 손석구는 주연보다 빛나는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누가 받아도 반박이 불가능한 경쟁 속에 김영광은 심사위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으며 신인연기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너의 결혼식'은 '김영광이니까'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올해의 백상 신인연기상 수상자가 될 마땅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5세 소녀가 일으킨 기적, 이재인 믿기 힘든 사건을 그린 영화 '사바하'의 이재인은 믿을 수 없는 신인이다. 작은 체구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만 15세의 소녀인데,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현시킨다.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공기는 주로 이재인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그로서는 쉽지 않은 미션을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거침없다. 이정재와 박정민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극과 극의 1인 2역도 보란듯이 소화했다. 배우이기 이전에 만 15세 소녀인 이재인은 연기를 위해 과감하게 삭발까지 감행했다.
남자 신인연기상 후보들이 그랬듯, 신인이지만 신인 같지 않은 배우들이 모두 백상 후보로 모였다. 독립영화계 스타 '죄 많은 소녀' 전여빈, 칸 국제영화제로 데뷔전을 치른 '버닝' 전종서, '마녀' 타이틀롤을 소화한 김다미, 존재감이 확실한 '독전' 이주영 등이 이재인과 경쟁을 벌였다. 7인의 심사위원은 이재인의 가능성에 특히 주목하며 수상자로 최종 결정했다. 수상자 선정 이유에 대해 "이제 겨우 열다섯살의 소녀가 이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연기를 한 날보다 연기를 할 날이 더 많은 배우다. 이재인 이라는 배우의 무한한 가능성을 높게 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