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는 지난 8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홈런 포함 안타 11개를 맞고 12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수비 실책이 두 차례나 겹치긴 했지만, 선발투수가 1회에만 한꺼번에 12점을 내주니 다른 선수들은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다. 한화는 그대로 무기력하게 패했고, 김민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민우는 유독 팀의 기대를 많이 받은 선수다. 한화는 용마고에 재학 중이던 김민우를 2015년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고교 최대어로 꼽혔지만 유급 때문에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던 김민우를 얼른 낚아챘다. 키(189cm)가 크고 최고 시속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김민우가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여러 차례 기회를 얻고도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했다. 입단 첫해 36경기에서 70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5.14로 가능성을 보인 뒤 이후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9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한용덕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 시즌 다시 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에도 23경기에서 99⅓이닝을 던지면서 5승 9패 평균자책점 6.52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역시 한 차례 기회가 왔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탈락했지만,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3월 31일 NC전에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 5이닝 3실점으로 무난한 피칭을 하면서 빈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 잇따라 5회를 넘기지 못하자 결국 지난달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답답했던 한 감독은 2군으로 향하는 김민우에게 "네가 장민재보다 구위는 더 좋지만, 마운드 위에서 더 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며 "민재가 그라운드에서 보여 주는 전투력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단순히 더 좋은 공을 던지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선발투수가 지녀야 할 덕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마운드에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2군에 다녀온 김민우는 1군 복귀전인 지난 2일 대전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6일 만에 SK 강타선에게 난타당하면서 또 한번 실망을 안겼다. 두 번째 기회마저 날아갈 위기에 놓인 셈이다.
한 감독은 9일 경기에 앞서 "할 말이 없다"고 한숨을 내쉰 뒤 "아직 완전하게 자기 것이 없는 것 같다. 그 정도 대량실점을 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화도 날 법한데 투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털어 놓았다. 또 "지난 경기에서 잘 던져서 기대를 했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물론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좀 더 전투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랫동안 유망주의 만개를 기다리고 있는 한화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는 김민우. 좀처럼 끝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