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행 혹은 두 가지를 결합한 예능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주기가 짧은 케이블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업계를 주도하는 나영석 PD 사단이 tvN '스페인하숙' '강식당2' 등으로 이런 흐름을 강화하고 있어 음식·여행 예능의 범람은 최근 방송계의 뜨거운 화두다.
이 상황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다. '재밌으니까 보고, 수요가 있으니까 만든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을 짜깁기한 양산형 예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과 여행을 다루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비난받는 상황은 옳지 않다. 하지만 예능 제작을 쉽게 생각하고 대세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있는 건 사실이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누적됐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제기되면서 음식과 여행이 없는, 개성 있고 실험적인 예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 tvN '대탈출2' JTBC '슈퍼밴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먹방·여행·관찰이라는 예능의 고인 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대표적인 개성파 예능이다.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홍보 의혹이나 사생활 보호 등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시세를 알려 주는 정보성, 각양각색 집을 구경하는 재미, 다양한 집에서 살아 본 MC들의 현실적인 조언과 입담이 더해지며 2049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탈출'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장르를 만들었다. 여기에 버라이어티 예능의 특징인 캐릭터 플레이가 더해지면서 스릴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슈퍼밴드'와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방송에서 꾸준히 쓰이는 음악·퀴즈 소재를 색다르게 연출해 호평받고 있다. '슈퍼밴드'는 매 회 공짜로 듣기 아까운 고퀄리티의 음악을 선보인다. 최고의 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을 깨는 멤버 구성과 파격적인 무대를 완성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퀴즈 프로그램이지만 경쟁 구도를 빼고 집단 지성을 더한 차별화가 통했다.
방송 관계자는 "공영방송이든 케이블이든 방송국은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실험적인 예능과 안정적인 시청률이 보장되는 '보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PD들 역시 직장인이기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필요에 따라 유행하는 스타일의 예능을 만들 때도 있어 사실상 도전할 기회는 적다"며 "방송국에서 PD들의 실패와 도전을 더 장려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새로운 예능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