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중 최대어로 꼽힌 김종규(28)가 창원 LG를 떠나 원주 DB 유니폼을 입는다.
20일 FA 영입의향서 제출 마감 결과, DB가 단독으로 김종규 영입 의향서를 냈다. 김종규는 첫해 총액 12억7900만원(연봉 10억2320만원·인센티브 2억558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DB와 5년 계약을 했다.
이로써 김종규는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최초로 몸값 10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정현이 2017년 전주 KCC에서 받은 총액 9억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 이대호(롯데·25억원)의 절반 정도다. 프로축구 김신욱(전북·16억500만원)보다 적지만, 프로배구 한선수(대한항공·6억5000만원)보다는 많다.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센터 김종규(키 2m7㎝)는 2013년 LG에 입단해 평균 11.5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13~14시즌 정규리그 1위,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다음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폐지된다. 외국인 선수를 2명까지 영입할 수 있지만, 쿼터마다 한 명씩만 기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오세근(KGC인삼공사)과 함께 국내 선수 가운데 ‘정상급 빅맨’으로 꼽히는 김종규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
LG에서 연봉 3억2000만원을 받던 김종규는 원소속팀 우선협상 기간에 LG로부터 총액 12억원을 제시받았지만 거절했다. LG는 지난 15일 김종규가 다른 구단과 사전 접촉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KBL은 16일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김종규의 손을 들어줬다.
김종규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KCC는 영입의향서를 내지 않았다. 반면 고액 연봉자가 적은 DB가 프로농구 최초로 한 선수에게 샐러리캡(구단별 선수연봉 총액·25억원) 한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었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DB의 이상범 감독은 “종규를 데려오면서 이제 ‘꼴찌 후보’ 소리를 안 듣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현 해설위원은 “DB는 지난해 김주성이 은퇴한 뒤 높이에 열세를 보였다. 김종규의 가세로 윤호영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 또 허웅과 2019~2020시즌 상무에서 제대하는 두경민이 김종규와 호흡을 맞춘다면 당장 DB가 우승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DB는 서울 삼성의 베테랑 가드 김태술(35)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DB는 전신 TG삼보와 동부 시절을 포함해 챔프전 3차례 우승(2003· 2005·2008)을 차지했다. 김주성(40·2m5㎝)이 이끌던 DB는 한때 ‘원주산성’이라 불렸다. 이제 김종규가 ‘제2의 원주산성’을 이끌게 됐다.
일각에서는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김종규에게 12억원을 주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챔프전 6회, 5회 우승을 이끈 현대모비스의 양동근(4억원)과 함지훈(5억5000만원)의 보수 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김종규는 “LG에 나쁜 감정은 없다”면서 “DB가 많은 금액을 베팅한 만큼 부담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낀다. 이 정도 대우를 받으면서 목표를 6강, 4강 PO라고 하는 것 아닌 것 같다. 팀이 우승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