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결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아쉬움은 남는다. '보너스 게임'이었던 조별리그 최종전을 나란히 놓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얘기다.
전북과 울산은 지난 21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를 치렀다. 두 팀 모두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최종전 결과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북과 울산 역시, 앞으로 일정을 위해 체력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최종전에 나섰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각각 무승부와 대패. K리그1(1부리그) 1·2위를 다투는 두 팀에 걸맞다고 할 수 없는 결과였다.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를 불러들인 전북은 '설욕'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전북은 올 시즌 ACL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 패했는데 그 패배를 안겨 준 팀이 바로 부리람이다. 2차전에서 태국 원정을 떠났던 전북은 당시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부리람에 0-1로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4승1패를 기록, 5차전에서 조 1위로 16강을 확정지은 전북은 최종전에서 부리람에 완승을 거두고 '설욕'한 뒤 기분 좋게 16강을 준비하고자 했다.
부리람의 조 최하위가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전북의 '설욕'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이용·김진수 등을 선발에서 제외해 수비 주축들에게 휴식을 주고,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신형민·손준호가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전북의 무게감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더블 스쿼드'가 가능한 전력 덕분에 최전방 이동국을 비롯해 로페즈·문선민 등이 부리람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철저하게 골문을 지킨 부리람 수비를 뚫지 못했고 결국 90분 동안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신 닥공'을 표방하는 전북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였다. 그래도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무승부에 그쳤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 어떻게 풀어갈지 배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가올 K리그1 주말 경기와 ACL 16강을 잘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테이션을 적극 가동한 울산은 조금 더 뼈아픈 결과를 받아 들었다. 중국 원정길에 올라 상하이 상강을 상대한 울산은 주민규를 비롯해 그동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과 22세 이하(U-22)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의 '패기'로는 상하이 상강의 간절함을 막을 수 없었다. 울산과 최종전에서 승리해야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상하이 상강은 엘케손·오스카르 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오스카르의 해트트릭과 리성룽·후징항의 추가골로 0-5 대패당한 울산은 ACL 무대에서 이어 오던 5경기 연속 무패 행진(3승2무)을 끝내고 1패를 추가하며 16강에 나서게 됐다.
울산을 완파하고 H조 2위로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한 상하이 상강이 전북의 다음 상대다. K리그1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북과,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운 화끈한 득점력이 장점인 상하이 상강의 맞대결은 1차전부터 치고받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반대로 전북에 이어 G조 2위에 오른 우라와 레드(일본)와 16강에서 만나게 됐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16강전은 다음 달 19일과 2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