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제공 중인 스탯캐스트. 사진=MLB.com 캡처 레이더를 사용한 최첨단 방식으로 주목받았던 트랙맨(Trackman)이 미국 메이저리그 트래킹 시스템 주요 사업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트래킹 시스템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화두 중 하나는 트래킹 시스템의 변화다.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제공 중인 스탯캐스트는 트랙맨과 그래픽 회사 카이론헤고(ChyronHego)의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트랙맨은 레이더 방식의 투구 추적 데이터를, 카이론헤고는 카메라 비전 방식의 필드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런데 최근 트랙맨을 대신해 호크아이(Hawk-Eye)를 사용할 움직임이 확인됐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어슬래틱은 '트랙맨에서 호크아이로, 메이저리그 트래킹 시스템의 변화'라는 글을 통해 메이저리그 트래킹 시스템이 기존 트랙맨 중심에서 호크아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디 어슬래틱은 켄 로젠탈·제이슨 스타크 등 메이저리그의 저명 칼럼니스트가 몸담은 유료 매체로 신뢰도가 높다. 보도에 따르면, 메이저리그는 약 2개월 동안 구장마다 10~12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호크아이를 테스트한 뒤 2020년부터 본격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호크아이는 테니스에서 라인아웃 판정과 축구에서 심판 영상 보조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다.
디 어슬래틱은 메이저리그 전략·기술 및 혁신부문 전무이사인 크리스 마리냑의 편지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마리냑이 리그 30개 구단에 보낸 편지에는 "공(Ball)과 선수를 트래킹하는 차세대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차세대 시스템이 공과 선수 트래킹 데이터의 정확성과 정밀도를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0시즌 개막일에 메이저리그 차원의 시스템 초기 구성 요소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가 사실상 호크아이 사용을 천명한 셈이다.
창원 NC파크 내 전광판에 투수 구종·구속·체감구속·회전수가 실시간으로 표기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002년 설립된 트랙맨은 레이더를 사용해 공의 비행을 추적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골프에서 시작해 입지를 넓혔고, 2011년부터 야구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했다. PTS에서는 산출이 쉽지 않은 익스텐션·회전축 등 데이터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고, 레이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속 측정에서도 PTS보다 한발 앞선다고 평가받았다. KBO 리그에서는 지난해 2월 삼성이 처음 도입해 현재 대부분의 구단이 계약 이후 사용 중이다. 고가의 가격에도 많은 구단이 도입을 결정했다.
완벽한 것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트랙맨은 레이더 표면에서 수직으로 움직이는 공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팝업→땅볼→뜬공→라인드라이브 순으로 추적 실패가 일어나기도 한다. 날씨(우천)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8일 미국 세이버메트릭스 전문 매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트랙맨은 2017년 메이저리그 공식 시스템으로 채택된 뒤 그해 타구 10개 중 최소 한 개 이상 추적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호크아이로 전환한다는 것은 레이더 중심 트래킹에서 카메라 영상 중심의 방법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랙맨의 최대 강점이었던 '레이더'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국내시장이다. 트랙맨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트래킹 시스템'이라는 문구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메인 데이터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A구단의 전력 분석 관계자는 "호크아이는 고속 카메라 방식인데, 카메라 대수도 많고 정확도가 높다고 하더라. (트래킹 시스템의) 제3의 물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