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설립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박세리·박인비·신지애·박성현 같은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을 배출해 내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은 여자 골프 인기에 불을 붙였고, 미국·일본과 더불어 KLPGA는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골프의 인기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서천범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358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규 골프 인구 유입이 더디고, 유소년 골프 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여자 골프의 인기도 언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골프 인구를 늘리고, 유소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KLPGA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일간스포츠는 심층 기획 마지막으로 KLPGA의 사회공헌활동과 유소년 저변 확대 정책을 짚어 보고 방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KLPGA는 지난해 5월 14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국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KLPGA’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비전 2028’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리더·혁신·상생·사회공헌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 투어 경쟁력 공고화 △ 마케팅 사업 및 홍보 강화 △ 사회공헌활동(CSR) 전개 △ 회원 교육 및 복지 확대 △ 지속 가능 경영 기반 강화 등 5대 핵심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어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미국·일본과 어깨를 견주는 세계 3대 투어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것을 중점 사안으로 인식한 데서 나온 것이다.
실상은 어떨까? ‘2018 KLPGA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LPGA가 지난해에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회공헌활동은 2015년부터 주관 방송사인 SBS 골프와 함께 진행하는 ‘드림위드 버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힌 KLPGA 선수들이 매 대회, 각 라운드에서 기록한 버디 개수만큼 금액이 적립되고, SBS 골프가 각 라운드 두 번째 파3홀에서 나온 버디 1개당 10만원의 기부금을 더해 자선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KLPGA는 이렇게 마련된 자선 기금(3705만3000원)과 참가 선수 적립금(1294만7000원)으로 지난해 10월 경북 청송에 사과나무 지역센터를 건립했다.
KLPGA는 이와 함께 2015년부터 골프 환경 조성 프로젝트 ‘KLPGA To YOU’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이 열악해 골프를 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을 위해 실내 연습장을 지어 주고, 골프 클럽·골프공 등을 기증하는 활동이다.
KLPGA가 그 밖에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은 재능 기부 형태가 대부분이다. KLPGA는 지난해 유소년 골프선수 확대를 목적으로 투어 선수들이 나서 재능 기부를 하는 ‘KLPGA with YOU’를 11차례 개최했다. 이 밖에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 선수들이 주축이 돼 장애인 보호 시설·암 병원·미혼모·외국인·연탄 지원·장애 영아 등을 위한 봉사 활동이 몇 차례 열렸다.
그러나 KLPGA가 지난해 펼친 사회공헌활동과 함께 2018 사업보고서 결산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KLPGA가 진행하는 사회 기여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회원을 위한 사단법인인 KLPGA는 회원들의 회비를 기반으로 지난해 총 24억9233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지출은 27억916만원이었는데, 재무제표상에서 사회공헌과 관련된 지출은 찾아볼 수 없었고, 회원 복지비로만 1억8662만원을 썼다. 투어를 위해 설립된 주식회사 한국프로골프투어는 지난해 111억5481만원의 수입과 79억7871만원의 지출을 기록했는데, 사회공헌 관련 지출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복지사업비 역시 0원이었다.
전직 이사회 임원을 지낸 A프로는 “협회가 사회공헌을 위해 쓰는 돈은 10타석에 2000만원 정도면 충분한 실내 연습장 건립비와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대회 그린피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소년 저변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은 국민체육진흥 기금에서 1억2000만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고성 산불 피해 사태 때처럼 사회적으로 기부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회원들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협회 돈을 쓰지 않고 사회공헌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KLPGA가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한 만큼 그 자리에 맞게 해야 하는 활동이 있다고 본다. 기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