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이 발자취 한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있다.
'기생충'은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에서 가장 뒤늦게 호명됐다.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등의 수상 순서가 지나며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설마"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이 호명되며 '기생충'이라는 이름이 뤼미에르 대극장에 당당히 울려퍼졌다.
심지어 심사위원 9인의 만장일치로 정해진 결과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독특한 경험에 주목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얻으면서, 만장일치 황금종려상이라는 놀라운 일을 만들어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영화 최초이며,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19년 만의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칸에서 한국영화가 본상을 수상한 것 또한 무려 9년 만이다. 앞서 2002년 '취화선(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황금종려상에 이은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을, 2010년 '시(이창동 감독)'가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꽤 오랫동안 무관의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영화가 오래 기다린 만큼 큰 상으로 보상받게 된 셈이다.
2006년 처음으로 칸에 입성한 봉 감독은 13년 만에 트로피를 안아들었다. 주목할 점은, 첫 수상부터 황금종려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앞서 2006년 59회에서 감독 주간에 초청된 '괴물'을 시작으로 2008년 61회 주목할 만한 시선에 '도쿄!', 2009년 62회 주목할 만한 시선에 '마더' 등이 초청됐다. 2017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옥자'로는 넷플릭스 영화 상영 이슈로 그 해 칸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았다. 수상은 처음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봉 감독은 칸이 사랑하는 예술가였다.
이로써 봉준호라는 이름 세 글자는 한국영화 100년사에 아로새겨지게 됐다.
언제나 재치가 넘치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불어 소감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면서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란 영화는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을 만들고 싶었다. 이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맘껏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에도 감사드린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며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가족이 2층에 있는데 찾지를 못하겠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해 가족들의 환호를 받은 그는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환히 웃었다.
한편,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지난 22일 월드 프리미어로 칸에서 첫 공개됐다. 23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로부터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해외 평단과 외신의 쏟아지는 극찬을 받으며 올해 칸의 최고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짐 자무쉬 감독),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함께 '레 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나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아틀란티크'(마티 디옵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켄 로치 감독)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디아오 이난 감독) '더 휘슬러'(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어 히든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프랭키'(아이라 잭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마티아스&맥심'(자비에 돌란 감독) '오 머시!'(아르나드 데스플레친 감독) '더 트레이터'(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잇 머스트 비 해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시빌'(쥐스틴 트리에 감독) 등 21편의 작품이 진출해 경쟁을 펼쳤다.
이하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수상자(작)
◆황금종려상-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심사위원대상-마티 디오프 감독의 '아틀란틱스(Atlantics)' ◆심사위원상-라지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클레버 멘돈사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의 '바쿠라우(Bacurau)' ◆감독상-'영 아메드(Young Ahmed)'의 장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감독 ◆남우주연상-'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우주연상-'리틀 조(Little Joe)'의 에밀리 비샴 ◆각본상-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Portrait of a Lady On Fire)' ◆특별언급-엘리아 슐레이만 감독의 '잇 머스트 비 헤븐(It Must Be Heaven)' ◆황금카메라상-세자르 디아즈 감독의 '아우어 마더스(Our Mo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