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27일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선보인다.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 1위인 '쥴'이 출시된 지 3일 만이다.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출시가 늦어지며 시장을 '아이코스'에 내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쥴 단점 개선…가격은 1000원 비싸
KT&G는 27일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인 '릴 베이퍼'와 전용 카트리지 '시드' 그리고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 '시드 올인원'을 동시에 출시한다고 26일 밝혔다.
릴 베이퍼는 길쭉한 USB 모양의 폐쇄형 시스템(CVS) 전자담배다. 지난 24일 출시된 쥴과 마찬가지로 기기 본체에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를 끼워 흡입하는 식이다.
쥴이 기기 본체를 쥴, 카트리지를 '팟'으로 부른다면 KT&G 제품은 릴베이퍼와 카트리지 '시드'로 구성됐다. 시드 한 개는 팟과 마찬가지로 담배 한 갑에 해당한다.
릴 베이퍼가 쥴과 다른 점은 사용자가 한 개비 분량을 흡입하면 진동으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쥴 팟 한 개는 약 200회가량 흡입이 가능한데, 흡연 중간에 어느 정도 피웠는지 신호를 주는 장치는 없다.
KT&G는 릴 베이퍼를 기본 흰색 보디에 상단 부분 색깔을 주황색과 은색 두 가지로 나눠 내놨다. 시드 종류는 일반 맛인 토바·아이스·툰드라 세 가지다.
릴 베이퍼는 4만원으로 쥴보다 1000원 비싸고, 시드는 개당 4500원이다.
일회용 제품 시드 올인원은 액상 카트리지가 내장된 일체형 제품이다. 담배 한 갑 분량이다.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어 휴대가 간편하다. 가격은 개당 7000원이다.
릴 베이퍼와 시드는 27일부터 서울·대구·부산 지역 편의점 씨유(CU)와 ‘릴 미니멀리움’ 강남점·신촌점·동대문점·송도점·울산점 5개소, 인천공항 롯데면세점·김포공항 신라면세점 및 롯데면세점 소공점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시드 올인원은 서울지역 CU에서 우선 판매된다.
KT&G 관계자는 "이번 출시된 ‘릴 베이퍼’와 ‘시드 올인원’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이라며 “KT&G는 독자적인 기술로 일반 담배·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코스의 아픈 경험에 발빠른 대응
릴 베이퍼의 출시에 앞서 쥴은 지난 24일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쥴은 미국에서 2017년 출시된 뒤 2년 만에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제품이다. 국내 애연가 중에서도 이미 해외 직구로 쥴을 구해 사용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다.
KT&G가 쥴 출시 3일 만에 신제품을 내놓은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출시 당시 KT&G의 '아픈 기억'을 꼽는다.
당시 KT&G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때 담배에 붙는 세금 결정이 늦어지며 후발 주자로 시장에 합류해 아이코스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바 있다. 이후 신제품 '릴 하이브리드' 등을 계속해서 선보였지만 지금도 시장을 되찾아 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릴 베이퍼의 이른 출시는 쥴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미리 선점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궐련형 후발 주자였던 '릴'이 국내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나름 선전했듯 릴 베이퍼도 기본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KT&G의 가세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세금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의 한 갑당 가격은 4500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붙는 세금은 제각각이다.
일반 담배의 세금은 3323.4원, 궐련형 전자담배는 3004.0원으로 일반 담배의 90% 수준인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1823.4원이 부과된다. 니코틴 함량이 0.7㎖인 쥴의 경우 1769원의 세금이 붙어 일반 담배의 53%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제조사에 이익이 많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2017년 아이코스 출시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과세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아이코스의 담뱃세가 일반 담배의 50~60% 수준에 그치자 세금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법률을 개정해 개별소비세·담배소비세·건강증진부담금 등을 잇따라 인상해 현재 일반 담배의 90% 수준까지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아이코스 출시 직후 비슷한 논란이 일면서 1갑 가격이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다"며 "아이코스 사례를 감안해 이번에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담뱃세 인상이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