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리언 특급’ 박찬호(46·은퇴)와 이름이 같은 내야수 박찬호(24)의 활약이 눈부시다.
KIA는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17-5로 대승을 거뒀다. KIA 선발 조 윌랜드는 6이닝 7피안타·1실점의 호투를 펼쳐 시즌 4승을 거뒀다. 유격수 박찬호는 6타수 3안타·5타점을 기록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7연승을 달렸다. 지난 16일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KIA는 김 감독이 물러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 감독 사임 당시 3할을 겨우 넘겼던 승률(13승 1무 3패, 0.302)이 어느새 4할대(21승 1무 31패, 0.404)로 올라섰다. 꼴찌였던 순위도 9위로 한 계단 올라갔고, 8위 KT와 승차는 ‘0’으로 줄었다.
고졸 6년 차 내야수 박찬호가 KIA 상승세의 주역이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못하는 게 없다.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100타석 이상 들어선 KIA 타자 중 타율(0.329)이 가장 높다. 수비할 때는 2루수, 3루수, 유격수 어디에 갖다 놔도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실책도 3개 뿐이다. 빠른 발을 앞세워 2루타를 10개 쳤고, 도루는 팀내 가장 많은 10개다. 8, 9번을 맡았던 타순은 2번으로 올라갔다.
2014년 장충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1번)로 KIA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힐 만큼 재능을 보여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1군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김기태 감독도 직접 지도를 하면서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후 3년 동안 155경기에 출전했지만 통산 타율은 0.169에 그쳤다. 수비는 곧잘 했지만, 체격이 호리호리한 탓에 파워가 부족했다.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군 복무로 자리를 비웠을 땐 주전을 노렸지만 결국 1군의 벽을 뚫지 못했다.
그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에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2017년 1월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박찬호는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다행히 같은 부대에 먼저 입대한 동갑내기 김호재(삼성 내야수)와 틈틈이 캐치볼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전역한 그는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4월부터 1군에서 자리를 잡더니 최근 펄펄 날고 있다. 팬들의 호응도 크다. 최근 구단용품 샵에선 박찬호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이 모두 팔렸을 정도다. KIA 관계자는 “박찬호는 주전 선수가 아니여서 유니폼 수량이 많지 않았다”며 “5월 들어 그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이 5배 이상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입단 초기엔 이름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대선배 박찬호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서 ‘박찬호’를 검색하면 요즘엔 KIA 박찬호가 먼저 나온다. 한자는 다르다. 투수 박찬호는 도울 찬(贊), 타자 박찬호는 빛날 찬(燦)을 쓴다. 등번호 4번을 쓰는 박찬호는 “나중에 야구를 잘 하게 되면 (박찬호 선배가 쓰던) 61번을 달고 싶다”고 했다. 박찬호도 최근 인터뷰에서 “야수 박찬호가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