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수상 이후 처음으로 3일 방송된 tbs FM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나는 감독이다' 코너에 출연했다. 이번 출연은 DJ 최일구와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최일구는 지난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1000만 영화 '괴물'에 출연한 바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빨리 잊으려 노력한다. 다음 작품을 해야 해서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렇지만 기쁘다"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외신들의 오스카 예측에 대해서는 "지구상 모든 영화가 후보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어느, 가족'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지금 시점에 뭐라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오스카상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상이다"며 은근한 희망을 내비쳤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후 인천공항으로 입국,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엄청 많은 기자들이 운집해 있어 당황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참여하고 온 것이 아닌데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살짝 넋이 나가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 순간 받은 질문에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번뜩 생각난게 집 근처 단골 가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조용히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곳인데 상당히 맛있다. 칸에 있으면서 계속 외국 음식을 먹다가 동네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신 충무김밥이 생각난 것 같다"며 "내가 주로 배가 고픈 것 같다. 충무김밥에 얽힌 아주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지난 달 30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기생충'을 언제 처음 기획했는지, 특별한 계기는 있었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우리 몸에 있는지 몰랐다가 발견되는 것처럼, 2013년 겨울쯤 처음 제작사에 이야기 했던 것이 기억난다.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할 때 머릿 속에서 싹 트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기생충' 속 디테일을 묻는 질문에 "특정 부분을 짚어 이야기하면 스포일러를 향한 지름길이 될 것 같아 넓게 이야기 하자면, 이선균 씨의 대사 중에 이 영화의 격렬한 후반부를 예고하는 단어가 있다. 두번, 세번 반복되는 이선균의 대사들을 체크해 보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은 영화인들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영화를 만드는데 심각하게 지장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리스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고 단언한 봉준호 감독은 "연극이나 소설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이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분들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봉준호가 장르가 됐다'는 한 외신기자의 평이 황금종려상 수상만큼 기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봉준호 감독이 한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장르가 바로 로맨스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사랑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꼭 찍고 싶다"며 "사극도 한번도 못해 봤는데 사극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를 다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추후 봉준호 감독의 장르 확장성에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