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어비스'는 배우 박보영이 JTBC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2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자 '오 나의 귀신님' 유제원 PD와 재회하는 드라마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변했다. 개연성 없는 전개, 자가당착이 있는 설정 등 허점투성이였다. 1회 시청률 3.9%가 작품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줬다면, 이후 2.3%까지 하락한 것은 실망감의 방증이었다.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구슬이라는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풀어가는 방식에 개연성이 부족했다. 너무 많은 사건을 우연에 기댄다는 점은 '어비스'의 가장 큰 허점이었다. 9회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보영(고세연)과 안효섭(차민), 한소희(장희진)가 한소희의 어머니(장선영)를 찾는 과정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불러준 택시 기사가 하필 딱 한소희 어머니를 태웠던 택시 기사일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또 판타지라면 고유의 세계관을 시청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탄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어비스'는 작품 내에서 세운 가설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몰입을 방해했다. 어비스 구슬로 부활하면 영혼의 모습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안세하는 안효섭, 김사랑은 박보영이 됐다. 그런데 이성재(오영철)는 노인이 되고 한소희는 어느새 다시 원래 얼굴이 됐다. 진짜 영혼의 모습으로 부활하는 거라면 연쇄살인마 이성재는 너무 멀쩡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그랬듯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뽀블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타고난 사랑스러운 매력부터 가족들과 생이별한 것에 대한 격렬한 슬픔, 자기 죽음을 밝히려는 결연한 의지, 안효섭과의 로맨스까지 일당백을 하고 있다. 로맨스가 본격 점화되면서 박보영의 진가는 더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대본에 허점이 너무 많다보니 로맨스도 서스펜스도 균형을 이루지 못해 박보영의 활약까지도 가려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