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토스뱅크에 전략적투자자(SI)를 새로 구해 와야 한다는 지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토스는 공격적인 현금 나눠 주기 이벤트를 이어 가며 고객 모시기에만 골몰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신한금융을 대신할 투자자를 아직 찾지 못했고, 적자 구조도 깊어지고 있지만 외형 키우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토스, 인터넷은행 탈락…당국 "투자자 구해라"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9%) 굿워터캐피탈(9%) 리빗캐피탈(1.3%) 등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외부평가위원회는 "주주 구성과 자본력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고,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이를 받아들여 토스뱅크는 예비인가에서 떨어졌다.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2월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토스뱅크는 신한금융을 SI로 내세웠다. 하지만 예비인가 신청 마감을 일주일 여 앞두고 신한금융이 '설립 방향·사업모델 등에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새 SI를 구하지 못하자 외국계 벤처캐피털 자본을 추가로 끌어왔다. 금융권 곳곳에서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이 60.8%에 육박하고, 외국계 자본이 대거 참여한 곳에 인가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그대로 밀고 나갔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지난달 외평위 심사에서도 새로운 주주 구성을 선보이지 않고 외국계 벤처캐피털들이 토스뱅크를 지원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만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토스뱅크는 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서 떨어졌다. 토스 측은 "어떤 취지로 당국에서 주문하는지 이번 과정에서 충분히 파악했다"면서도 "다만 재도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깊어지는 적자 구조…나홀로 자신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의 2018년 매출은 전년 206억원보다 166.24% 급등한 548억원을 기록했다. 몸집은 불렸으나 적자 구조는 깊어졌다. 설립 6년 차를 맞은 비바리퍼블리카는 2016년 226억원, 2017년 391억원 등으로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순손실은 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4% 증가했다.
이 와중에 토스가 진행하는 '송금지원금' 이벤트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눈총을 받는다. 송금지원금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지인 1명당 3000원, 최대 30명에 총 9만원을 송금할 수 있다. 지원금은 문자로 전달되고 지인에게 소개하면 3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문자를 받은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토스 앱을 설치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주부 A씨는 "지난 7일 지인이 '토스에서 2571원을 입금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뭔가 싶어 찾아보니 토스의 공짜 현금 송금 이벤트였다"며 "현금을 뿌리는 이벤트가 흔치 않아서 좀 당황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돈 들어갈 곳이 천지인 토스 측이 마케팅에 돈 뿌리느라 바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은행 사업을 벌이려면 수년 안에 1조원이 넘는 자본금이 필요하다. 토스는 지난달 31일 증권업 진출도 선언해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에만 1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초기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다. 전 세계 투자 시장이나 토스의 위상을 봤을 때 자본 유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9일 "토스뱅크의 인가 불허는 SI인 신한금융이 빠진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며 "토스뱅크는 자본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에게 집중된 자본조달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다음 인가 신청 때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사업계획이 좋아도 인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