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을 아우르는 지주사 내 퇴직연금사업부문에서 수수료 인하안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사 중 첫 단추는 신한은행이 꿴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조직을 확대한 바 있다. 당시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그 정도(수수료 면제)는 해야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다”며 수수료 면제안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집중한 것은 IRP 수수료 면제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1% 남짓한 수익률에서 0.5% 안팎의 수수료를 금융사에 주고 1% 내외의 연 물가 상승률까지 빼면 ‘오히려 손해’라는 저조한 자산운용 성과로 가입자들의 불만을 빚어 왔다.
신한은행만 봐도 올해 1분기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IRP의 수익률은 각각 1.56%·1.52%·1.40%에 불과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개인형 IRP에 제한을 두고, 계약응당일(매년 계약일과 동일한 날) 누적 수익률이 0% 이하인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로 나뉜다.
신한금융은 또 개인형 IRP에 한해 만 34세 이하 고객 운용관리 수수료 20% 감면과 더불어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최대 20% 감면, 연금 방식으로 수령 시 수령 기간 운용관리 수수료 30% 감면 등도 결정했다.
이외에 DB형·DC형 사업자 수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적립액 30억원 미만 기업에 한해 운용관리 수수료를 0.02~0.10% 내리기로 한 것. 사회적기업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도 50% 감면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은 비이자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공적·사적연금의 실질소득 대체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에서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은 이견이 크지 않아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규모는 187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2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 1위는 삼성생명으로 24조6140억원 규모였다. 이어 신한은행이 19조64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KB국민은행(17조435억원) IBK기업은행(13조8316억원) KEB하나은행(12조6296억원) 우리은행(12조5716억원) 현대차증권(11조2734억원)이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은 수수료 개편과 함께 수익률 제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 GIB사업부문과 신한BNPP자산운용·신한대체투자운용·신한리츠운용 등 자본시장 자회사들과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개편을 시작으로 선진화된 퇴직연금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의 니즈에 계속해서 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룹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고객들의 안정적 노후 지원 및 사회적 책임경영을 다하며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