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골든볼'을 수상한 팀의 막내 이강인(18·발렌시아)이다. 그러나 '정정용호'가 쓴 기적같은 준우승은 이강인의 '원맨팀'이 아닌, 21명이 하나가 된 '원 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의 스타디온 비드제브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목표로 삼았던 우승까진 한 걸음이 모자랐지만,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하는 새 역사를 썼다. 7경기 2골 4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골든볼'을 수상하는 기쁨도 안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슛돌이'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대회 기간 내내 모든 관심은 이강인에게 쏠렸다. 그러나 이강인도, 다른 20명의 선수들도 그에게 쏠리는 집중적인 관심에 흔들리지 않았다. 정정용 감독이 강조했던 대로 '원 팀(One-Team)'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21명 모두 하나가 돼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 냈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마지막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총 21명의 선수들 중 골키퍼 2명을 제외한 19명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아 '원 팀' 정신을 증명했다.
준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킨 선수들도 있다. 매 경기 빛나는 선방 쇼로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주전 골키퍼 이광연(20·강원 FC),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증명한 오세훈(20·아산 무궁화), 후반 교체 출전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한 '엄살라' 엄원상(20·광주 FC), 8강 세네갈전에서 페널티킥 유도에 동점골까지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이지솔(20·대전 시티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프로 경력이 없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수비수 최준(20·연세대)과 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켜 낸 정호진(20·고려대) 등도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제공]물론 21명 모두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만큼, 벤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었던 선수들도 있다. 박태준(20·성남 FC) 김주성(19·FC 서울) 이상준(20·부산 아이파크) 그리고 대체 선수로 발탁돼 대표팀 막차를 탄 이규혁(20·제주 유나이티드) 등이다. 이광연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박지민(19·수원 삼성) 최민수(19·함부르크) 두 명의 골키퍼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누구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고, 최고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팀 분위기를 하나로 만들었다. 고재현(20·대구 FC)은 "경기를 못 뛰었을 때 감독님이 ‘벤치에 있는 애들이 특공대다. 너희가 잘 준비해야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다"며 "(이)규혁이가 응원단장이고, 나는 특공대장을 맡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준결승까지 1분도 뛰지 못했던 이규혁이 마지막 결승전에서 부상당한 최준 대신 투입돼 10여 분을 소화하며 정정용호의 '원 팀'이 완성됐다.
이강인과 함께 빛난 정정용호의 20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모은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의 발전하는 모습에 나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며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에서 5년, 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원맨팀' 아닌 '원 팀'으로 이룬 쾌거 속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가 화려하게 꽃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