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이 연예계 은퇴 후 삶을 '봉사'로 정했다. 마약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풀려난 그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잘못들을 깊이 반성했다.
2일 오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 수원구치소에서 석방된 박유천은 초췌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수염은 제멋대로 자랐고 머리도 수감 전 갈색 염색 그대로 길게 자라 바람에 흩날렸다. 무엇보다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3개월 전의 뻔뻔한 모습은 없었다. 박유천은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모든 죄를 인정했고 "사회에 봉사하며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꼭 그렇게 살겠다. 열심히 정직하게 살겠다"며 재차 다짐했다.
자숙의 시간을 갖고 복귀하는 대다수 마약사범 출신 연예인들과 달리, 박유천은 이번 사건으로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그럼에도 현장에는 일편단심을 의미하는 듯한 해바라기꽃을 들고 모인 팬들이 있었다. 한류 팬들은 수원지방법원 선고공판부터 수원구치소까지 박유천을 따라 움직였다. 전날 밤부터 법원 출입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열렬한 팬심이었다. 팬들을 살펴본 박유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유천의 은퇴 배경엔 거짓 기자회견이 있었다. 전 연인 황하나의 마약 투약 공범으로 지목된 박유천은 지난 4월 1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하나가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그 연예인이 약을 권유 했다고 하는 내용을 보면서 '그게 나인가' 하는 생각에 너무나 무서웠다.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건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며 "이 건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것은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문제를 넘어서 내 인생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의 세 차례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결백 주장과 달리 체모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4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박유천의 다리털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수원지법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유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소속사와의 계약은 24일자로 종료됐고,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공표한대로 연예계를 은퇴했다.
구속 이후 박유천은 범행 사실을 인정했고 추가 범행도 털어놨다. 박유천 법률대리인은 "마약 범죄의 통상적인 경우 범행 사실을 모두 털어놓는 경우가 없는데 박유천은 숨김없이 자백해 투약 횟수가 조사 과정에서 늘어났다"고 했다. 변론종결에서 박유천은 자필로 쓴 반성문을 꺼내 읽으며 "구속된 이후로 가족과 지인들이 면회 올 때마다 걱정해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믿어준 분들이 얼마나 큰 실망을 하셨을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큰 죄를 지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잃지 않도록 잘 살겠다"고 눈물로 양형을 호소했다.
박유천은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0만원을 선고받았고 보호관찰 및 치료 명령도 이행해야 한다.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을 고려해 이 같이 판결했다.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한 박유천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재사회화 기회를 얻었다.
공범인 황하나는 10일 오후 2시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황하나와 박유천은 서로 마약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투약 횟수 부분에서도 다른 진술을 하고 있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