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생활 패턴과 플랫폼의 다양화를 이유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만큼 1분, 1초가 시청률과 광고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월화극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상파 3사(KBS·MBC·SBS) 및 JTBC·tvN 월화극 5개가 맞붙는 시청률 전쟁터에서 SBS는 드라마가 아닌 예능 편성으로 기존 틀을 깼다. 같은 드라마로는 승부가 어렵다고 판단해 '오후 10시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첫 시작은 꽤 성공적이다. 월요일 예능 강자인 '동상이몽2' 100회 시점에 맞춰 변화를 준 덕에 시청률 이익을 많이 얻었다. 10%를 돌파하며 시청률 경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MBC 월화극 '검법남녀2'는 5.9%·8.5%(30분 기준·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2TV '퍼퓸'은 4.0%·5.0%였다. 지난 방송분(6.9%)보다 무려 1.9%p 급락했다. '동상이몽2(6.5%·11.7%)' 편성 여파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앞서 MBC도 4월 22일 수목극 '봄밤'부터 오후 10시대에서 1시간 앞당긴 오후 9시대 미니시리즈 방송을 시작했다. 1980년 드라마 '백년손님' 1987년 미니시리즈 '불새'를 통해 '평일 오후 10시 미니시리즈'라는 공식을 만든 MBC가 '오후 9시 드라마 시대'를 새롭게 연 것. "드라마 편성 변화는 노동 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녁 시간의 외식업 카드 결제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2012년에 오후 8~9시였는데, 2018년에는 오후 7~8시로 앞당겨졌다. 확대되고 빨라진 저녁 여가 시간에 맞춰 올해 초부터 주요 콘텐트를 잇따라 전진 배치하며 편성 전쟁에 박차를 가했다. 처음엔 이 시간대에 시청자들이 적응하지 못해 KBS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점차 그 격차가 줄어 월화극은 역전했고, 수목극은 1위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JTBC 역시 월화극을 오후 11시가 아니라 오후 9시30분으로 변경했고, KBS는 추이를 지켜보며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치열해지는 편성 전쟁 속 '꼼수' 편성도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3부작으로 쪼개 전파를 타고 있다. 시청률 20%대를 자랑하는 인기 예능인 만큼 해당 프로그램에서 광고 수익을 확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방송사 편성 관계자는 "오히려 1990년대 드라마 시간대·예능 시간대·주말 예능·교양 시간대의 고착화가 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정형화된 시간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그런 틀이 깨지다 보니 시간보다는, 콘텐트 경쟁력이 있다면 어느 시간대에 가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좀 더 유연한 편성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먼저 선점하는 게 유리하고, 그 유리한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편성 전략을 둔 방송사별 전략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