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IS포토 KIA 이범호(38)는 요즘 하루하루 행복하게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한다.
그는 오는 13일 10년간 몸담았던 친정팀 한화와 광주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갖고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이범호는 "아직 실감 나진 않는다. 은퇴가 눈앞에 바로 다가와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개 은퇴를 선언하면 바로 유니폼을 벗지만, 이범호는 향후 5경기 이상 출장해 그라운드를 밟을 예정이다. KIA 구단은 4일 이범호를 1군 엔트리에 등록해 그가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장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요즘 후배들과 훈련을 소화하는 그는 "몸 상태는 좋다. 다만 타구가 잘 나가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범호는 2001년 프로에 데뷔해 통산 1995경기에서 타율 0.271·329홈런·1125타점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최다 홈런 5위. 제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이를 발판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에서도 뛰었다. 2017년 KIA가 통합 챔피언에 올라 우승을 맛봤고, 지난해도 101경기에 나와 타율 0.280·20홈런·69타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2월 스프링캠프에서 허벅지 근육이 1~2cm 찢어져 중도 귀국한 그는 팀의 점진적인 리빌딩 속에 박찬호와 류승현 등 신예 자원이 성장하면서 점차 기회가 줄어들자 은퇴를 결심했다. 주로 교체 선수로 나선 이번 시즌 1군에서 13경기 19타수 5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은퇴식이 다가올수록 현실을 깨닫게 된다. 후회는 없다. 이범호는 "팀 상황이나 분위기, 1군에 올라왔을 때 내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했다. 은퇴는 직접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다"라고 했다.
프로 무대에서만 20년 넘게 활약한 만큼 마음 한구석에 찾아드는 허전함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길 바란다. 그는 "은퇴식이 빨리다가오면 유니폼을 빨리 벗어야 하니 안 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은퇴 D-DAY가 하루하루 다가오니까. 속마음으로 '시간아, 너무 빨리 가지 마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범호는 '만루의 사나이'로 통한다. 개인 통산 역대 최다 만루홈런(17개) 기록의 보유자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이를 염두해 그를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할 수 있다"고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전해 들은 그는 " 만루 상황에서 나가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팀에 피해를 줄 상황이라면 안 될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설지 모르는 만큼 일단 몸을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수많은 레전드가 배출된 KIA에서 이범호는 타 구단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퇴식을 갖게 됐다. 그는 " 너무 행복했다. 사실 다른 팀(한화·소프트뱅크)에서 10년 넘게 활약했는데 은퇴식을 열어 줘 사장님과 단장님 및 구단에 너무나 감사하다. 내 야구 인생이 행복했다고 자부하며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사했다.
이범호는 "은퇴식은 평생 단 한 번뿐이지 않나. 머릿속에 특별한 그림이 그려지지도 않는다"면서도 "다만 타석에 들어서면 긴장하고 뭉클할 것 같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