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는 수년째 지속된 타고투저 기조를 잡기 위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낮췄다. 그 결과 최근 2년에 비해 3할 타자의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들의 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타격 후 아쉬워하는 롯데 이대호(왼쪽)와 두산 김재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인구 반발계수를 낮추니 홈런은 물론이고 타율까지 급락했다.
8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0명 중 타율 3할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는 19명에 불과하다. 2016년 4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2년 동안 3할 타자는 33명과 34명으로 '풍년'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리그에서 3할 타자가 20명 이하로 떨어진 건 2013년이 마지막. 2017년 타율 0.370로 타격왕을 차지했던 김선빈(KIA)의 시즌 타율이 0.279다.
100안타 고지도 멀게 느껴진다. 현재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넘어선 선수는 최다 안타 1위 페르난데스(두산·125안타)를 비롯해 9명. 지난해 같은 기간(평균 88경기 소화) 2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4시즌 연속 100안타 선수가 무려 60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기현상이 반복됐다. 지난해에도 무려 64명이 이 기록(최고 2016년·67명)을 달성했지만 올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한 효과가 크다. 올해 KBO 리그는 수년째 지속된 '타고투저' 기조를 잡기 위해 공인구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12월 열린 규칙위원회에서 기존 0.4134~0.4374였던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낮췄다. 현장에선 타구 비거리가 3m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큰 폭으로 홈런 수치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그 영향이 타격 전반에 휘몰아친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홈런이 줄어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타자 입장에선 잘 맞지 않은 타구가 외야 플라이로 잡히는 것이나 홈런이 되는 건 다음 타석에도 영향을 끼친다. 잘 맞은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 줘야 같은 스윙으로 계속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데 잘 맞은 게 잡히면 이후 타석에서 오버 스윙을 할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타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거포들의 타율 하락이다. 최형우(KIA) 박병호(키움) 이성열(한화) 이대호(롯데) 등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들의 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장타를 의식하니 콘택트 능력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 앞서 이종열 SBS Sports 해설위원은 김재환(두산)의 부진에 대해 "맞아서 홈런이 될 타구가 안 되니까 더 세게 치는데 타이밍이 더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상적으로 타격하면 넘어가는데 의식하니까 타격 타이밍에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김재환은 최근 3년 동안 꾸준하게 매년 3할2푼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0.284로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용철 KBS N SPORTS 해설위원은 "올해 반발계수 조정을 첫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 "반발계수가 낮아졌다는 건 타구 스피드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빠져나가야 할 타구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요인도 있다"며 "심판들도 '퍽' 소리와 '딱' 소리의 차이점에 근거를 두고 얘기하더라. 타격 이후에 갔다고 하는 타구가 넘어가지 않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A구단 전력분석 관계자는 "넘어갈 게 잡히고 2루타가 될 수 있는 게 또 잡히니까 타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고 했다.
투수들의 심리적 요인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발계수 조정으로 부담이 줄어들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작년에는 투수 입장에서 공격적인 피칭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잘못하면 타구가 넘어가서 정면대결을 못 하니까 볼넷도 많아진다. 올해는 투수들이 타구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아니까 공격적으로 한다"고 했다. 김경기 위원도 "지난해에는 투수들이 조심하면서 도망가는 투구를 했는데 이젠 대결을 해도 외야 플라이로 잡을 수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수월해진 영향도 있다"고 내다봤다.
어느 한 명의 변화가 아니다. 리그 평균 타율이 0.268까지 뚝 떨어졌다. KBO 리그는 2014년부터 최근 5년 연속 리그 평균 타율이 꾸준히 0.280 이상 유지됐다. 자연스럽게 투수들이 급격하게 무너져 리그 평균자책점이 5점대 안팎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올 시즌엔 확연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 투수만 6명(지난해 1명). '타저투고' 기조가 강했던 201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