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논란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겠지만, 제작진은 거짓말로 무리수를 뒀고, 나아가 국가적 망신살까지 뻗치게 했다.
지난달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에서는 태국의 한 섬에서 김병만과 일행이 해양 탐사에 나서는 모습이 나왔다. 배우 이열음은 바다에서 대왕조개를 채취했다. 대왕조개는 태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해 채취 금지에 해당하는 보호종. 촬영지였던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책임자인 나롱 꽁 이아드는 AFP통신을 통해 태국 경찰에 '정글의 법칙'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대왕조개 채취 사건과 관련해 최초 해명 당시 "촬영 때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고 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 조용재 PD가 태국 관광청에 제출한 서류에는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다. 곧 드러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것이다.
거짓말에 이어 조작 논란도 있다. 한 다이버는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 대왕조개를 들고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왕조개 입에 발이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제작진이 미리 준비한 것을 이열음이 들고 나오는 것으로 연출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묵묵부답.
논란이 커지고 국가 망신으로 번지자 수일이 지나서야 겨우 한 말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SBS는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또 출연자 이열음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글의 법칙 폐지 청원' 글이 게재되는 등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 관계자들은 폐지는 힘들지 않겠냐고 내다본다. '정글의 법칙'은 편성을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기기 전까지 수년째 시청률 부동의 1위다. 변경 이후에도 10%를 웃돌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2011년부터 9년 차 방송으로 SBS 예능 중 효자 프로그램이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당장 시청률 변동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시청층이 탄탄해 폐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