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3)의 입국 기회가 열렸다. 대법원은 유승준의 무기한 입국 금지 소송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내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판결이 열렸다.
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여 공정력과 불가쟁력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적법한지를 쟁점으로 놓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승준의 한국 입국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유승준은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2016년 9월 30일 1심에서 패소한 그는 2017년 2월 23일 2심에서도 항소기각됐다. 상고심은 2017년 3월 14일 사건접수부터 2019년 7월 11일 판결선고까지 약 2년 4개월 소요됐다.
지난 8일 유승준의 입국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포인트)한 결과 '대표적인 병역 기피 사례이니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68.8%로 집계됐다. '이미 긴 시간이 흘렀으니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3%, 모름·무응답은 7.9%였다. 지난 2015년 5월 실시한 유승준 입국 허용 여부 조사에서 반대가 66.2%(찬성 24.8%)였던 결과와 비슷하게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유승준은 1997년 데뷔해 '가위' '나나나' '연가' '열정' '찾길 바래' 등을 히트시키며 최고의 댄스가수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인기 절정이었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한국국적을 포기,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군대에 가겠다"고 수차례 말해왔던 유승준의 병역기피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고 비난 여론이 거세자 법무부는 그의 입국을 제한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17년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유승준은 중국 등에서 연예계 활동을 해왔다. 2015년엔 "아이들과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했고, 2019년 1월에는 국내 음원사이트를 통해 '어나더 데이'를 발매하고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전에" 등의 후회를 담은 가사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