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100여 개 쇼핑몰의 4억3000만 개 상품들이 모이는 '에누리 가격비교'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하기스 기저귀 남아용 3단계'를 검색했을 때 다른 대형 쇼핑몰에서 중복되는 650여 개의 상품들을 일일이 비교, 낮은 가격 순서로 보여 준다. 여기에 '스마트 쇼핑'이 시작되면 더욱 똑똑한 '에누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 에누리 가격비교 본사에서 만난 김기범 써머스플랫폼 대표는 "우리는 여타 사이트같이 클릭을 기반으로 한 추천 상품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다. 에누리에는 실제 구매 이력이 있고, 이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 줘 '스마트 쇼핑'을 하게끔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A상품을 클릭한 소비자들이 클릭한 A와 비슷한 상품들을 추천해 주는 식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면, 에누리는 A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한 다른 B나 C·D 등 상품을 추천해 준다는 이야기다.
실제 써머스플랫폼이 에누리를 통해 구매 연관도를 측정했더니, 분유를 많이 사는 30대 여성 고객들이 구매 확률 높은 상품은 기저귀나 유아용품이 아닌 스타벅스 상품권이었다. 이 세대의 고객들이 육아와 동시에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선호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런 건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실질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정확한 추천이 되는 것"이라며 "에누리는 쇼핑의 '왓챠'다. 실제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왓챠와 같이 A를 구매하면 B도 추천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스마트 쇼핑'이라 부르고 있다"며 "현재 에누리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스마트택배'로 택배 조회 서비스까지 하고 있는데, 다음 스텝이 '스마트 쇼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가격 비교,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을 살 때 사용하지 않나.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제품 구매를 많이 떠올린다. 모바일 채널이 없을 때는 매출의 70%가 가전·디지털 제품이고, 나머지가 식품이나 유아용품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앱에서는 70%가 건강식품·유아동 제품이고, 30%가 가전·디지털 제품이 됐다. 지금도 가격 비교의 60%가 PC에서 이뤄진다. 목적성이 있는, 저희가 보통 얘기하는 비교가 꼭 필요한 제품들은 PC에서 많이 학습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거 살지, 뭐가 좋은지 공부한다. 그런데 무슨 상품을 살지 딱 정해지면 모바일로 사더라. 또 충동적으로 소비할 때 모바일로 구매한다."
- 주 소비층은. "60% 이상이 패션 잡화나 유아동 상품 등에서 매출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이는 주부들 카테고리다. 이커머스 자체가 모바일로 성장하고 있는데, 원동력이 2030대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보니까 가격 비교 사이트임에도 100원에서 1000원 차이 나는 것도 에누리를 통해서 구매한다. 제가 전 직장에 있을 때만 해도 가격 비교 사이트 유저들은 '체리피커'나 소득이 높지 않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득이 높아도 가격 비교 사이트는 이용하더라. 100원을 비싸게 샀다고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기 싫고 최적의 쇼핑을 했다는 검증을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이용한다."
- 이커머스가 모바일 중심이 되고 있는데. "에누리에 올 때 고민했던 부분이 네이버가 저렇게 성장하는데 에누리가 성장할 수 있을까였다. 그럼에도 에누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배경은 전문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는 고객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플랫폼이 이동하면서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PC에서 에누리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네이버를 통해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모바일은 '앱'이라는 접근성 높은 수단이 생겼다고 본다."
- 에누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용해 보시면 느끼겠지만 상품 정보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다.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직원인 카테고리매니저(CM)가 100여 명이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 CM이라면 노트북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신제품이 출시되고 트렌드는 어떤지 등까지 알고 있어야 하고, 제품 정보를 제조사보다도 많이 알아야 한다. 고객들이 노트북을 검색했을 때 모니터 크기나 무게·CPU 종류·메모리 등 체계적인 카테고리를 갖고 있고, 이를 다른 쇼핑몰들이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써머스플랫폼의 빅데이터 사업 중에는 '표준 정보'라는 게 있다. 이 정보를 다른 쇼핑몰이 에누리에게서 산다. 상품 정보를 사서 자사 사이트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조달청의 경우에도 나라장터 제품들을 적절한 제품인지, 제품 정보가 맞는지 에누리의 정보로 검증하는 데 쓰고 있다."
- 에누리의 매출 구조는. "기본적으로 쇼핑몰과 수수료 및 광고다. 여기에 '데이터' 사업에서 매출이 나온다. 현재 에누리에 쇼핑몰 1100개가 입정돼 있고, 4억3000여 개의 상품 데이터가 들어온다. G마켓이 5000만 개의 상품 데이터가 있는 것에 비해 저희는 4억개가 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하고, 쇼핑몰 상품을 매칭시킨다. 카탈로그라는 건 각각 다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중복되는 상품들이 너무 많은데, 같은 상품을 묶어 대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모델이 980만 개 정도 된다. CM들이 모델을 생성하고, 여기서 데이터 매출이 나온다."
- 에누리에서 정제된 데이터를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되나. "데이터 자체를 구매하는 기업도 있고, 한 번 더 정제해서 마케팅 인사이트 리포팅이라고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한국은행과 조달청 등에서도 이용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빅데이터를 경기동향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 요즘 이커머스 트렌드라는 중요한 지표에 에누리 데이터를 사용한다. 또 대형 온라인 몰에서도 고객들이 두 번, 세 번 만에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품 정보 표준화'가 돼 있어야 하는데, 이 데이터를 에누리가 제공한다. 예컨대 5세 남아의 옷과 책·장난감·식품을 구매한다면, 쇼핑몰에서 의류 카테고리에 가서 '5세'를 선택해야 하고, 책을 사려면 '도서'에 들어가서 5세 남자를 찾아야 하지만, 에누리에서는 '5세 남아' 속성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에 접근하기 위해 '표준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데이터 사업이다."
- 다른 데이터 매출은. "데이터 기반의 시장 정보를 보여 주는 거다. 에누리에 쌓인 데이터들을 빅데이터로 만들고, 이걸 다시 정제한다. 정제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다양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고, 여기에 인공지능이 들어간다. 정제가 된 부분들을 다시 분석해서 통계 리포트로 만드는 거다. 특정 제품이 어떤 쇼핑몰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냉장고 카테고리에서 어떤 브랜드가 많이 팔리는지, 어떤 요일에 잘 팔리는지 등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과거 생리대 파동 당시 '릴리안'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 시장점유율이 9.3%에서 5.2%로 급감했는데, 이들이 어떤 브랜드로 이탈했는지도 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가 나온다."
- 에누리가 코리아센터를 만났다. "계속해서 데이터를 강조했는데, 이 측면에서 코리아센터 주요 서비스인 '메이크샵' '몰테일'과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메이크샵은 소호 쇼핑몰의 호스팅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구매 데이터가 누적돼 있다. 또 몰테일은 해외에서의 구매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 데이터가 우리의 빅데이터에 결합된다면 굉장히 많은 쇼핑 영역을 커버하는 국내 유일 데이터가 될 거라 확신한다. 더불어 해외와 국내 쇼핑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요즘, 에누리가 국내에서 전문 가격 비교를 제공하고 앞으로 해외 쇼핑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몰테일 등 서비스와 결합하기 위한 실무 TF팀이 구성됐다. 아직까지 해외 직구 비교하는 곳은 없다. 해외 직구부터 구매 대행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본·중국·유럽 등 비영어권의 해외 쇼핑까지 스마트 쇼핑을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적인 비전이라고 보면 된다."
- 스마트택배와 시너지는 없나. "스마트택배는 택배 조회 애플리케이션이고 주요 국내 택배사와 전산으로 연결돼 있는 유일한 앱이다. 메이크샵과는 이미 연동돼 있어 판매자들은 물론 구매자들 택배 조회가 가능하다. 향후에는 해외 택배 조회까지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몰테일로 구매 대행했을 때, 택배가 국내에 들어오기 이전의 조회가 안 되니 그 부분까지 연동해서 모든 배송을 조회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써머스플랫폼의 올해 목표는. "코리아센터와 함께하게 된 이후 가장 기대했던 것은 중장기적 전략을 세워 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잘 다져 놔야 한다. 빅데이터 확대를 위해서 연구 개발이나 인프라 확충, 사업 기획이나 서비스 준비가 중요할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개인적 목표로는, 회사의 성장과 직원들 개인의 성과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기업공개(IPO)처럼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직원들과 과실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