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용 고객이 SK동탄주유소의 전기차 충전기로 셀프 충전을 하고 있다. SK에너지 제공]정부가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한 지 약 3년이 됐지만, 충전기 설치 대수는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약 1만2000곳의 주유소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59곳에 불과하다.
서울에서는 GS칼텍스가 지난 5월 본격 운영을 발표한 7곳을 포함한 주유소 8곳이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이고 부산은 8곳, 경기 7곳, 경북 10곳, 전남 6곳 등이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가 27곳, GS칼텍스 14곳, 현대오일뱅크 7곳, 에쓰오일 6곳이다. 최근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도 잇따라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발표했지만, 각각 목표 설치 개수가 전국 15곳, 10곳 수준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은 사업 진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충전기 설치가 더딘 이유는 운영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고, 충전기를 설치할 정도로 충분한 공간을 가진 주유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충전 수요가 많지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7만2814대로 전체 2344만4165대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충전 요금도 지나치게 저렴해 수익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주유소 업자들의 우려다.
주유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충전 요금을 결정하는데, 전기차 한 대를 완충해도 주유소에 돌아오는 수익은 1000원대"라며 "전기차 이용자 입장에서도 편한 장소를 두고 주유소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8월 1일 '주유소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관한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산업부는 당시 주유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주유소협회·석유유통협회·석유협회·정유 4개 사 등에 충전기 설치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는 여러 군데에 설치하는 것이 좋겠지만, 주유소 업자들에겐 아직 이른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도 많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