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봄밤'을 통해 자존심 센 집착남 권기석 역으로 활약했던 김준한이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드라마와 너무 다른 것 같다"고 하자 "그런가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촬영 끝나고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잠도 실컷 자고 있다. 푹 쉬고 있다"는 그는 여유가 넘쳤다. 밴드 이지(izi) 드러머로 연예계에 처음 입성했다가 배우의 길로 다시금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상황.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왔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그는 자신의 연기 스승 고준, 그리고 '봄밤'에서 함께한 안판석 PD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연기 스승은 누구였나. "2010년쯤이었다. 고준 형한테 배웠다. 스타일리스트 친구한테 소개를 받고 갔는데 형이 너무 잘 가르쳐줬다. 형을 만나서 진짜 많이 배운 것 같다. 형이 지독하게 가르치는 스타일이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친다. 배우는 당시엔 괴로웠는데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기른 것 같다. 형에게 감사하다. 배우는 지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몸소 체험했던 시기다.
-지독하게 무엇을 시켰나. "형은 진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진심이어야 하고 그게 어떤 내면적인 부분이나 표면적인 부분이나 모든 것들을 진실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발성은 별로 강조하지 않았다. 발성이란 건 하다 보면 늘고, 어떤 하나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발성이 나의 표현력에 있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가끔 시간이 나면 판소리를 배우곤 한다."
-연기 선생님 고준도 요즘 잘 나간다. "서로가 잘 되어서 너무 좋다고 해준다. 나보다 형이 먼저 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영화 '타짜2-신의손'을 통해 형이 본격적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는데 그땐 내가 매니저를 했었다. 내가 차를 운전하고 형이 월급을 주는 형태였다. 같이 작품에 대해 고민도 나누고 그랬다. 근데 영 매니저에 소질이 없더라. 형이 불편했을 수 있다." -할리우드에 불혹 전에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 "목표를 좀 더 타이트하게 잡아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마흔이라고 정한 것이다. 상업영화 데뷔를 10년 이후 기점으로 생각했다. 10년까지는 연기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10년 안에 데뷔하자는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하게 됐다. 요즘 할리우드에 한국 배우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들었다. 나뿐 아니라 미리 대비해놓으면 그 기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연애나 결혼에 대한 관심은 없나. "너무 하고 싶다. 근데 일 중독 성향이 있어서 멀티 태스킹이 잘 안 된다. 손을 뻗어야 하는데 그걸 못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연애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매몰되다 보니 연애를 오랜 기간 못 했는데 마음먹으면 서툴지만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드러머 역할을 영화에서 소화해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면 얼마든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드럼은 내 인생의 일부니까 그걸 잘 녹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