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나는 동안 위상이 확 달라졌다. 2019 프리미어12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 23인 얘기다.
KBO가 지난 23일 발표한 프리미어12 예비엔트리 투수 43명 안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서 찾아볼 수 없던 이름이 절반도 넘게 포함돼 있다.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을 비롯한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30세 안팎의 중견 투수들과 20대 초중반의 '영 건'들이 대거 추가 발탁됐다.
물론 예비엔트리는 말 그대로 대표팀 구성을 준비하는 단계일 뿐이다. 실제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10월 3일 발표되는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새로 예비엔트리에 뽑힌 선수들에게는 일단 '국가대표 후보'로 분류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팀에서 제 몫을 해내고 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여 줬다는 '인정'이나 다름없어서다.
서진용·김태훈(이상 SK) 이형범(두산) 장민재·박상원(이상 한화) 김상수·오주원·김성민(이상 키움) 문경찬(KIA) 최지광·최채흥(이상 삼성) 고우석·이우찬(이상 LG) 배제성·김민·정성곤(이상 kt) 박진우(NC) 등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정예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52명 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투수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태훈(29)과 서진용(27)은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1위 팀 SK의 허리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만년 기대주'라는 꼬리표도 떼어 버린 지 오래다. 이형범(25)은 프리에이전트 포수 양의지(NC)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가 마무리 투수 자리까지 꿰차면서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오랜 '마당쇠' 생활을 거친 장민재(29)는 올 시즌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면서 팀 마운드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고, 박상원(25)은 입단 2년째인 지난해 한화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뒤 올해도 중요한 임무를 해내고 있다. 키움 불펜의 터줏대감인 김상수(31)와 오주원(34)은 올 시즌 나란히 '베테랑의 힘'을 보여 주고 있고, 2017년 SK로 입단했던 김성민(25)은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뒤 매 시즌 더 단단해졌다.
문경찬(27)은 허물어진 KIA의 뒷문을 다시 세우면서 올해 전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고, 입단 3년 차인 최지광(21)과 2년 차인 최채흥(24)은 나란히 데뷔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 삼성 마운드의 미래로 기대받고 있다. 강속구 투수 고우석(21) 역시 입단 3년 만에 LG 소방수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도 선발됐고, 송진우 한화 코치의 조카로 더 유명했던 이우찬(27)도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면서 마침내 빛을 봤다.
롯데에서 건너온 배제성(23)과 2년 차 투수 김민(20) 그리고 올스타 투수 정성곤(23)은 올 시즌 막내 구단 kt의 도약을 뒷받침한 주역들이다. 박진우(29)는 올해 NC 5선발로 나서면서 가뭄의 단비 같은 활약을 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KBO 리그 소속이 아니었던 투수 여섯 명도 예비엔트리 안에서 이름을 빛내고 있다. '해외 유턴파'인 늦깎이 신인 하재훈(29)은 입단 첫 시즌이자 투수 전향 첫해부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kt 소방수를 맡고 있는 이대은(30)은 이미 2015 프리미어12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올해 입단한 신인 투수 네 명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신인왕 경쟁에 한창인 정우영(20)과 원태인(19)이 당당히 포함됐고, '포스트 양현종'으로 기대받은 김기훈(19)과 롯데 마운드의 희망인 서준원(19)도 쟁쟁한 선배 투수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대망의 프로 첫 시즌부터 국가대표 감독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행운의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