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메인보컬, 솔로가수, 작사가, 연기자, 예능인, 라디오 DJ, 크리에이터…정은지(26)는 멀티잡을 개척 중이다. 매일 정오에는 KBS Cool FM '가요광장' DJ로 청취자를 만나고 23일부턴 라이프타임 예능 '시드니 선샤인'을 통해 여행기를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믕지생활'도 꾸준히 업로드 하고 있고 요즘엔 8월 솔로 콘서트 준비와 미뤄뒀던 신곡 작업이 맞물려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누군가는 정은지를 두고 이미 성공한 사람으로 볼지도 모른다. 에이핑크로서 '노노노'·'1도 없어'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고 솔로곡 '하늘바라기'로는 차트 1위에 발라드상까지 수상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 역할은 시청자들의 인생캐릭터로 자리잡았으며 최근엔 SBS 예능 '런닝맨'에 출연하는 등 방송가 곳곳에서 정은지를 찾는다. 20대에 이정도로 활약하는 여성 만능엔터테이너는 정은지가 유일하다. 하지만 정은지는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본인 욕심에 'N잡러'를 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는 일에서 얻는 즐거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일을 하면서 사랑까지 받을 수 있는 복받은 직업이란다. 정은지는 그 복을 온전한 제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컨디션 난조로 와인 한 잔에 그친 취중 인터뷰였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소신만큼은 와인으로 병나발을 불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요즘 콘서트 준비로 굉장히 바쁘다고요. "8월 3일, 4일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콘서트 '여름아이'를 열어요. 원래 앨범을 내려고 했다가 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곡이 더 쌓이고 내겠다고 말씀드렸죠. 콘서트에선 신곡 4곡 정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팬 분들에게도 특별한 공연이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또 한국 팬들이 듣고 싶다고 했던 팝 무대도 있어요. 해외투어에서만 팝을 불러서 한국 팬들 앞에서 보여드리는 건 처음이에요. 동서양의 조화를 고려한 팝을 골랐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어터에도 도전했죠. "셀프 홍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해왔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두다가 최근 들어 해야겠다는 스케줄이 분명해지면서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믕지생활'을 열었죠. 두 달 됐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유튜브 검색창에 '정은지'라고 치면 채널이 나오도록 만들고 싶은데 그 조차 못하고 있어요. 다른 업체나 기업을 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꾸린 크루들과 혼자 운영하는 방식이거든요. 처음에는 라디오DJ 컨셉트로 잡았는데 '가요광장' DJ 제안이 들어와서 덥석 했죠. 최초 컨텐트는 잃었지만 다행인 건 크루들과 호흡이 좋아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어요. 사투리를 알려준다거나 저만의 운동법을 소개할 수도 있고요."
-예능 경험이 많아서 유튜브도 잘할 것 같은데요.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예능에서 하는 것을 유튜브로 보면 재미가 없어요. 아무래도 혼자라서 그렇겠죠. 그런 한계점을 어떤 컨텐트로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노래, 연기, 예능에 콘서트와 앨범 준비까지 그야말로 '만능엔터테이너'네요. "제 팔자 꼬는 느낌이에요. 항상 일을 만들어 왔어요. 쉬면 우울감이 올 수 있으니까 움직이는 편이에요. 연차는 쌓이는데 그만큼 자리를 잡은 것 같지 않아서 여러 분야를 해보려고요. '응답하라 1997' 이후 역할 제의는 꾸준히 오는데 눈에 띄는 작품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부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본인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얼마 전 '왜 나를 찾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요즘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부분이에요.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게 뭘까. 연예인 지망생도 많고 재능있는 분들도 많은데 그 안에서 내가 뒤쳐지지 않고 또렷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 뭘까. 아무래도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데 그런 매력은 저한테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결국엔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방법밖엔 없어요."
-회사에서 '정이사'라고 불린다고요. "관련한 아이디어 회의가 있으면 다 참여하고 노래 프로듀싱도 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생겼어요. 컨펌할 내용들이 점점 많아져요. 데뷔 초에는 주변에서 도맡아서 정리해주시곤 했는데 어느 정도 연차가 차니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은지 의견을 다 물어봐주시더라고요. 일이 많이 밀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아요. 제가 다른 스케줄 하는 동안 기다리는 스태프 분들이 있거든요. 회사원이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쩔 때는 과부화가 와서 빨리 컨펌을 못할 때가 있어요." -지금도 밀린 업무가 있나요. "가사를 써야 해요. 근래에는 머릿속이 과부화가 되어서 움직임이 힘들어요. 딱 한 달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전 저를 잘 아는데 그러면 더 힘들거예요. 이 직업은 찾아줘야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나 싶어요."
-9년차를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요. "재미있는게 연차가 쌓일 수록 주변 스태프가 어려져요. 주변이 계속 바뀌는 거죠. 그래서 스태프들한테 짠한 마음이 생겼어요. 피곤하고 하기 싫은 컨디션이다가도 주변 스태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아차,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싶어요. 응석부릴 곳도 점점 없어져요. 예전엔 언니들이니까 잘 받아줬는데 지금은 똑같이 행동하면 겁을 먹더라고요."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기본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좋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업이니까 점점 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직업적으론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공연형 가수로서 팬이나 대중들이 편하게 보러 올 수 있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 목표는 곡을 잘 써보고 싶고, 피아노도 잘 치고 싶고, 오래 일하고 싶고, 나중에 학생들도 가르쳐보고 싶어요. 주변에서 '같이 컬래버리에션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가수이면 좋겠어요. 한 번쯤은 작업해보고 싶어하는 가수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