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에 다다르는 8월 색다르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이 있다. 입구 근처에만 가도 찬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한 피서지 ‘동굴’이다.
우리나라는 산지 면적이 전 국토의 약 70% 이상을 차지해 산악 지형의 특징인 동굴 찾기가 어렵지 않다. 1000여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광을 할 만한 동굴은 수십여 개에 불과하다.
‘시원한 동굴 여행’을 테마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동굴 두 곳, ‘동해 천곡환금박쥐동굴’과 ‘울진 성류굴’을 소개한다.
도심 속 숨겨진 신비의 지하 세계,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동굴 탐방을 위해 꼭 깊은 산골까지 갈 필요는 없다. 도심에도 꽤 운치 있는 동굴이 있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국내에서 유일한 도심 속 천연 동굴이다.
그래서 시내에서 천곡황금박쥐동굴로 향하는 길은 제법 편리하다. 동해시청에서 10여 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동해종합버스터미널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다.
동해시 동굴로의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1996년 일반에 공개됐으니 알려진 세월이 20여 년에 불과하다.
동굴은 총길이 1510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4억~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810m가 관람 구간으로 개방된다.
동굴의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이지만 지난 6월에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에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금박쥐(붉은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야생동물이다. 동굴 입구에는 황금박쥐 모형이 커다랗게 장식돼 분위기를 더한다. 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 입구부터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은 피서지로 손색없다. 동굴의 평균기온은 10~15℃.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이내 사라진다.
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한 동굴 탐방을 이끈다.
오백나한상·사천왕상·피아노상 등 다양한 2차 생성물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려면 보통 수만 년이 걸린다는데, 아슬아슬하게 만남을 기다리는 석회 지형도 볼거리다.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 동굴이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국내 동굴 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은 몸을 절반으로 낮춰서 통과하거나, 앉아서 올려다봐야 진면목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도 이어진다. 툭툭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라 헬멧 착용은 필수다. 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형으로, 조명 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탐방로 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이 난다. 발을 디뎌야 불이 들어오는 조명 효과로 동굴 탐험의 묘미가 전해진다. 저승굴 구역에는 천곡황금박쥐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전시한다.
동굴 내에서 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하는 특수 조명 쇼도 올해부터 관람할 수 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개방 시기가 비교적 짧아 생성물의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다.
동굴 입장료는 어른 3000원·청소년 1500원·어린이 1000원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예약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동굴에 담긴 흥미진진한 얘기를 무료로 들려준다.
2억5000만 년의 신비, 울진 성류굴
경북 울진군의 금장산에서 발원한 왕피천이 61km를 거침없이 흘러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 선유산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 절벽 아래 천연기념물 155호 ‘성류굴’이 있다. 임진왜란 때 불상을 굴에 옮겨 성류굴(성스러운 불상이 머무른 곳)이라 불렀고, 장천굴 혹은 선유굴이라고도 했다. 성류굴은 총길이 870m로 주굴 330m, 주굴에서 이어지는 지굴 540m이며,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270m다.
성류굴은 2억5000만 년 전에 탄생한 석회동굴이다. 4억6000만 년 전 하부 고생대인 오르도비스기, 울진 지역은 얕고 따뜻한 바다였다. 산호초가 번성했고, 죽은 산호들이 퇴적해 석회암 지대가 생성됐다.
이 석회암 지대가 융기한 뒤 지상에서 빗물이 스며들고,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물이 지하의 석회암 지대를 만나 탄산칼슘을 녹이면서 형성된 것이 석회동굴이다.
성류굴 입구는 커다란 암반 사이로 한 사람이 허리를 굽혀야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로 열려 있다.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넓게 트이며 환상적인 석회동굴의 향연이 펼쳐진다.
12개 광장 가운데 1광장 '연무동석실'부터 10광장 '여의동'까지 신비스럽고 기괴한 종유석과 석순이 여행자를 맞는다. 이곳 모두 사계절 온도 15∼17℃, 습도 80~90%를 유지해 시원함을 더한다.
1광장 연무동석실은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백성 500여 명이 성류굴로 피란했는데, 왜군이 이 사실을 알고 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 죽었다. 5광장에서는 우측으로 길이 잠시 이어진다. 성류굴에 있는 5개 동굴 호수 가운데 용신지다.
동굴 호수 어디엔가 왕피천과 이어진 곳이 있어 물길이 생겼다. 왕피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성류굴 호수의 수위도 높아지고, 때로는 호수의 수위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8광장 초연광장은 최근 크게 알려졌다. 이곳 종유석과 암벽에서 진흥왕이 행차했다는 명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흥왕은 신라의 전성기를 누리며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고, 가는 곳마다 순수비를 남긴 정복 군주다.
명문은 6행 총 25자로, “경진년 6월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는 내용이다.
10광장 여의동까지는 하마 바위·마귀할멈·아기공룡 둘리 등 형상에 따라 이름 붙인 자연 조형물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성류굴 입장료는 어른 5000원·청소년 3000원·어린이 2500원·경로 1000원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엔 오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