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궈안 김민재와 상하이 선화 김신욱. 각 구단 홈페이지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중국슈퍼리그(CSL)를 선택한 두 선수의 희비가 미묘하게 엇갈렸다. 로거 슈미트(52) 감독의 러브콜에 베이징 궈안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23)와 최강희(60) 감독을 따라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김신욱(31) 얘기다.
중국 시나스포츠와 독일 키커 등 복수의 해외 언론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이 슈미트 감독을 경질하고 브루노 제네시오 전 올림피크 리옹 감독을 선임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슈퍼리그 3위에 올라 있는 베이징 궈안의 감독 교체 보도는 다소 뜬금없게 여겨질 수 있으나, 리그 1위를 달리다가 최근 FA컵을 포함해 3연패에 빠진 탓이 크다. 패한 상대도 리그 선두를 다투는 광저우 헝다나 상하이 상강이 아닌, 중하위권의 장쑤 쑤닝(5위)과 허난 진예(9위)였고 여기에 FA컵 8강에서 산둥 루넝(4위)에 패해 탈락하며 감독 교체 분위기가 형성됐다.
독일 키커지는 베이징 궈안과 슈미트 감독의 결별 이유는 재계약 협상에서 슈미트 감독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을 떠나 유럽에서 사령탑 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 보도에 한국 축구팬들이 김민재의 이름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슈미트 감독은 적극적인 러브콜로 김민재를 영입한 당사자다. 그만큼 김민재를 필요로 했고, 능력을 높이 사 향후 유럽 진출을 원한다면 돕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슈미트 감독이 베이징을 떠나게 되면서 김민재의 상황도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생겼다. 김민재가 베이징 수비의 핵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만큼, 하루아침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적지만 새로 부임하는 감독의 성향과 구단 정책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베이징 궈안은 슈미트 감독과 계약을 정리하고 곧바로 제네시오 감독을 데려올 정도로 올 시즌 우승에 모든 것을 걸고 있어 새로운 대체자를 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성적에 일희일비가 심하고 계약 기간 동안 버텨 내기 쉽지 않은 중국 슈퍼리그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에겐 자신을 믿고 기용해 주는 감독의 존재가 중요하다. 스승 최강희 감독의 신뢰 속에 슈퍼리그로 이적, 물오른 득점력으로 중국 슈퍼리그를 접수하고 있는 김신욱이 좋은 예다. 이적 이후 중국 슈퍼리그 4경기 6골을 터뜨리며 '고공폭격기'의 위엄을 뽐내고 있는 김신욱의 활약에 상하이는 리그 3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누구보다 김신욱의 활용법을 잘 아는 최 감독의 믿음에 김신욱이 골로 화답하면서 두 사람의 주가는 동반 상승 중이다. 강등권을 맴돌던 상하이 선화는 최 감독과 김신욱의 시너지를 앞세워 중위권인 1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FA컵에서도 4강에 진출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릴 기회를 확보했다. 상하이 선화가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최 감독과 김신욱 두 사제지간의 콤비네이션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