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로 큰 성공을 거둔 윤가은 감독이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영화 '우리집'이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우리집'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집'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윤가은 감독이 '우리들' 이후 내놓는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30개 이상 영화상을 휩쓸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윤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작품은 '우리집'에서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마냥 동화 같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집 지키기에 나선 아이들의 시선으로 현실적이면서도 따스하게 '우리집'의 가족들을 바라본다.
윤 감독은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계기를 묻자 "가족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이고 이야기다. 저에게는 중요한 이야기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들'이 끝나고 생각해봤다. '우리들'은 어린 친구들이 예민한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싸우고 상처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집'은 아이들이 그만 싸우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에서도 제작사 아토와 호흡을 맞췄다. 아토는 '우리들' '용순' '홈' '살아남은 아이'로 웰메이드 영화의 새로운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제작사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아토는 가족 같은 영화사다. 한 팀으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연장선상에서 같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연배우가 모두 아이들이지만 어른보다 더 열연한다.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등 윤 감독의 심미안으로 발견한 배우들답다.
'우리들'에서 아이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본 윤 감독은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작업하며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고. 이에 대해 그는 "'우리들' 촬영을 하며 현장에서 겪으면서 '더 신경써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이번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때 이런저런 점을 놓쳤는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적어놓자'고 기록해뒀었다"며 "아이들이라서 성인들과 다르고 속도도 느리다. 우리 영화는 이 아이들이 아니면 찍을 수 없다. 속도를 아이들에게 맞춰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완주해야 한다. 완주해야함과 동시에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촬영하는 것이 저의 숙제였다 잘 모르니까 어린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보려고 했다. 스태프들끼리 그 원칙을 1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우리들' 이후 많은 주목을 받은 윤 감독은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집'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개봉할줄도 몰랐다.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었었다. 고민이 많았다. 이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작품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도 결론이 잘 안 나더라. 주변 감독님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보고 다니기도 했다. 감독님들이 다 '빨리 찍어'라고 하시더라"며 "(전작의 흥행에 대해) 감사함이 컸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되겠어? 관객들이 보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구나'라는 응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윤가은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 것에 대해 "저에게는 현재진행형 같은 생각이 든다. 화자가 아이지만 제가 아이일 때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린이들의 실제적인 고민 등을 담은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관심사도 많아서, 성인들의 이야기나 다른 종류의 이야기도 같이 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결국 우리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삶은 닫혀있지 않다고 생각. 관객들이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