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3일(현지시간)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는 대기록 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인 통산 3000안타에 단 6개만 남겨놓고 있었다. 곧 달성될 것으로 보였던 3000안타 고지는 약 한달 후인 7월 9일에 정복됐다. 이유는 부상. 6월 13일 경기(클리블랜드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3주 정도 전열에서 이탈한 게 화근이었다.
종아리 부상은 야구 선수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상 중 하나다. 지난해 박병호(키움)는 왼 종아리 근육 파열로 한 달 정도 공백을 가졌다. 올 시즌에는 이재학(NC) 정의윤(SK) 이현승(두산) 등이 같은 부상을 경험했다. 이밖에 러프(삼성) 강백호(KT) 김주찬(KIA) 정주현(LG) 등이 종아리 통증 때문에 경기 중 교체되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야구 선수가 종아리를 쉽게 다치는 이유는 뭘까.
종아리 근육은 크게 비복근과 가자미근, 두 가지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거나 달릴 때 주로 쓰이는데 발목 관절의 안정성에도 기여를 한다. 특히 빠르게 치고 달리거나 점프하는 다이내믹한 동작에서 추진력을 생성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축구와 농구, 배구 등 스프린트와 점프 동작이 많은 종목의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근육이다.
종아리 부상은 갑자기 빠르게 달리거나 점프할 때 많은 힘이 종아리 근육에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할 때도 다친다. 테니스 선수가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다 많이 다친다고 해 '테니스 레그(Tennis Leg)'라고도 불린다. 일반인들에게는 '장딴지 파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야구에서도 종아리 부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타자가 공을 치고 빠르게 달릴 때, 투수가 공을 던진 후 수비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꿀 때 주로 나타난다. 타격 시 앞쪽 다리에 많은 힘이 가해졌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종아리 근육은 타이트할 때 부상 위험이 매우 커진다. 운동선수라면 훈련 전에 종아리 근육을 항상 스트레칭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단체 스트레칭을 하는 야구 선수들을 지켜보면 어깨와 허리, 햄스트링 등의 신체 부위보다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신발 착용으로 종아리 근육이 원래 길이보다 짧아졌을 때도 부상 위험은 더욱더 커진다. 운동선수라면 장시간 하이힐을 신거나 발뒤꿈치에 놓는 '키 높이 깔창'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종아리 근육을 짧게 만들기 때문이다. 쿠션이 들어간 플랫 슈즈가 운동선수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좋은 신발이다.
2016년 4월 왼 종아리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한 한화 조인성의 모습. IS 포토 종아리 근육 부상은 상태에 따라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근육이 늘어나거나 근육 파열이 25% 미만 발생된 것으로 보통 1주에서 3주 이내에 복귀할 수 있다. 2단계는 근육 파열이 25-90% 정도로 4주에서 6주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3단계는 근육 파열이 90% 이상으로 진행된 가장 심한 경우다. '뚝'하는 소리와 함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최소 3-4개월의 긴 재활 기간을 필요로 한다. 종아리 부위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다면 반드시 휴식을 취하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종아리 부상은 매우 쉽게 1단계에서 2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메이저리그 통산 696개의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즈(전 뉴욕 양키스)도 2010년 시즌 중에 종아리 불편함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가 바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재발률이 매우 높은 부위여서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자인 조쉬 도날드슨(애틀란타)은 2017년에 첫 종아리 부상을 당한 후 2018년에 똑같은 종아리 부상으로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후 예전의 MVP급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종아리 부상은 운동선수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