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다시 한 번 '잔류왕' 타이틀에 도전한다. 인천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5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이적생 김호남(30)의 천금같은 선제골을 잘 지켜내 1-0 승리를 거뒀다. 2009년 8월 23일 이후 무려 10여년 만에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명)'에서 거둔 값진 승리다. 10년간 이어져 온 징크스를 깬 건 물론,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긴 인천은 4승6무15패(승점18)가 되며 제주(3승8무14패·승점17)를 끌어내리고 11위로 올라섰다. 제주에 밀려 최하위로 추락했던 6월 29일 이후 43일 만에 다시 올라선 11위 자리다.
'탈꼴찌'에 성공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11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여전히 강등권 싸움은 오리무중이다. 10위 경남FC(3승10무12패·승점19) 11위 인천, 그리고 12위 제주가 모두 승점 1점차로 촘촘히 늘어서 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이라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당장 다음 라운드에서 인천이 패하고 제주가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거둬 승점 1점이라도 얻는다면 순위는 또다시 바뀐다. 이런 분위기로 강등권 싸움이 계속된다면 마지막에는 승점 1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원을 꺾은 인천의 분위기가 '흡사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한껏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해묵은 빅버드 원정 10년 징크스를 깬 건 물론이고, 일단 후반기 도약을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며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결승골을 넣은 김호남은 인천의 전 '캡틴' 남준재(31·제주)와 트레이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팀에 훌륭하게 적응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전북에서 각각 이적과 임대로 인천 유니폼을 입은 이재성(31) 장윤호(23)는 물론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케힌데(25)와 마하지(27)도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얼굴들이 제 몫을 해주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승점 3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후반기 반등의 발판을 만든 셈이다.
이처럼 인천은 상승세를 착실하게 승점으로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다가 후반기에 들어 살아나는, '잔류왕' 본능이 다시 깨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잔류왕'이란 별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매 시즌 아슬아슬하게 강등 위기를 탈출하며 '잔류왕', '생존왕'으로 불렸던 위건 애슬레틱에서 따온 것이다. 인천은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잔류와 강등의 기로에서 매번 끈질기게 살아남은 팀이다.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내내 하위 스플릿에 머물렀고 2016년에는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서만 3승1무1패로 승점을 쓸어담으며 가장 극적인 잔류 드라마를 썼다. 2017년에도 마지막 경기까지 강등권을 헤매다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생존에 성공했고, 2018년 역시 꼴찌로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해 4승1패라는 성적으로 '잔류왕'의 위명을 떨쳤다.
물론 인천 입장에서 '잔류왕'이란 별명은 썩 달갑기만 한 건 아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인천은 '올 시즌은 잔류왕 타이틀을 거부한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었다. 초반부터 일찌감치 승점을 챙겨 강등권에서 맴돌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각오는 초반 부진과 함께 무너졌다. 이제 인천에 남은 길은 다시 한 번 '잔류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 뿐이다. 유상철(48) 감독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고 승점차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이 분위기를 끌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