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들이 분양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합은 13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둔촌주공은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 수가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 물량만 40787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지하철 9호선 둔촌오륜역과 보훈병원역,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등 트리플역세권으로 향후 서울 강동권의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이주를 완료하고 철거를 위한 준비까지 마친 조합은 지난달 2일까지 조합원들의 희망 평형에 대한 분양 변경 신청을 진행했다.
내달 조합원 분담금 확정을 위한 관리처분 계획 변경 총회를 개최해 착공을 앞두고 인허가 행정을 마무리한 뒤 10월에는 조합원 동호수 추첨, 11월에는 모델하우스 건립과 일반분양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대립하면서 후분양을 고려했다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다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UG에서 책정한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500만∼2600만원 수준으로, 조합의 희망 분양가인 3600만∼3800만원과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분양가가 3.3㎡당 2200만원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둔촌 주공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은 일반분양 시점을 10월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로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도 입주자모집공고 전이라면 소급해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 대기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시키고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규제책에 대한 심리적 위축 및 거래관망과 저렴해진 분양물량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올해 7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내 계획된 47만 세대 중 기분양된 아파트는 17만 세대에 그쳐 연내 30만 세대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지역의 분양예정 사업장들은 적절한 분양 시기 조율을 놓고 처한 입장에 따라 셈법이 복잡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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