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폴 포그바(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는 그를 향한 비난으로 도배됐다. 포그바가 2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원정 경기서 페널티킥을 실축했기 때문이다. 포그바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24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직접 키커로 나섰으나 상대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결국 맨유는 더이상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포그바가 페널티킥을 놓친 뒤부터 SNS에는 그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시즌부터 페널티킥에 약한 모습을 보여온 탓에, 그를 계속 키커로 세우는 것에 대한 전술적 비판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포그바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이 더 많았다. 더 큰 문제가 된 건 포그바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성 욕설을 퍼붓고 있다는 점이다. 살해 위협을 포함해 인종차별적 내용이 담긴 욕설이 쏟아진 사실이 알려지자 포그바의 팀 동료들은 물론 축구계 관계자들도 나서서 이런 행태를 비난했다. 포그바의 팀 동료인 맨유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26)는 "SNS 계정들은 여권과 운전면허를 확인해야 한다. 이들이 더 많은 계정을 만드는 걸 막아야 한다"며 "역겨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마커스 래시포드(22)도 "맨유는 가족이다. 포그바를 공격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현했다. 맨유 출신으로 현재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필 네빌(42) 감독 역시 "SNS를 보이콧해야한다"며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지는 과도한 비난과 인종차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포츠의 대표 주자인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퇴출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종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여러 인종이 함께 뛰는 유럽리그를 비롯해 대부분의 리그에서도 인종차별 행위는 엄격하게 다스려진다. 하지만 축구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포그바의 인종차별 문제가 공론화되기 일주일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직후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다가 실축한 첼시의 공격수 타미 아브라함(22)이 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손흥민(27·토트넘) 역시 웨스트햄 팬에게 "DVD를 팔지 않느냐"는 동양인 비하 인종차별을 당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전까지는 훌리건들을 중심으로 축구장에서 쏟아지는 야유나 욕설이 인종차별의 주된 방법이었다면, 인터넷이 발달한 뒤에는 그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듯한 모습이다. 온라인의 익명성을 무기로 쏟아내는 인종차별적 욕설은 EPL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맨유는 성명서를 통해 "인종차별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며, 인종차별성 글을 남긴 사람들은 맨유라는 위대한 클럽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팬들도 SNS상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구단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